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잇단 공천 잡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13일 전격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일부 공천 결과를 놓고 황교안 대표와 마찰을 빚은 데 이어 공관위가 직접 영입해 전략공천(서울 강남병)한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정체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타격을 입었다. 공관위는 이날 김 대표의 공천도 철회했다. 일각에선 당 지도부의 ‘공관위 흔들기’에 맞서 김 위원장이 ‘사퇴 맞불’을 놓은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공관위원 한 분 한 분의 뜻을 다 받들지 못했고, 때로는 판단의 실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저의 사직으로 통합당이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국민의 지지를 받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다른 위원들(9명)도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말렸다”며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제가 지겠다. 모든 화살은 나한테 쏟으라”고 했다. 김 위원장 사퇴로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 부위원장은 “혁신 공천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김 대표 공천 철회에 대해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김 대표가) 유권자 취향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통합당 내에선 김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여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낸 점 등을 들어 ‘우세 지역인 강남에 공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이날 황 대표도 김 대표 공천과 관련해 “공관위가 조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엔 당 최고위원회 재의 요구에 따른 공천 번복과 자신을 둘러싼 ‘사천(사적 공천)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는 전날 기존에 단수 공천했던 인천 연수을과 대구 달서갑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어렵게 (인재를) 영입하면 사천이라 하고, 경륜 있는 분을 추천하면 ‘돌려 막기냐’고 하는데, 이런 지적에 대해선 떳떳하고 당당하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 어떤 사심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표 공천 문제 제기가 사퇴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고 일축했다.
당내에선 황 대표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일부 공천을 문제 삼자 김 위원장이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의 서울 강남갑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날 당 지도부의 재의 요구도 김 전 대표 영입 계획의 일환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통합당 한 당직자는 “김 위원장이 황 대표 등과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지금껏 해온 공천 작업도 지켜내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최고위는 이날 밤 비공개 회의를 열고 공천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새 공관위원장을 선임하지 않고 이 부위원장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회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기는 공천’ ‘혁신 공천’을 결과로 보여준 김 위원장께 감사드린다”며 “이 부위원장께서 공천 임무를 완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