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번지자 부동산 시장에도 불안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재연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지나친 대출을 낀 매수나 무리한 갭투자 등 투자목적의 부동산 매매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위기發 조정 재연될 수도
지난 9일 하루에만 4% 넘게 급락한 증시와 달리 부동산 시장은 아직까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감정원 주간아파트 변동률에 따르면 지난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올라 5주째 같은 폭으로 상승 중이다. 지난해 말 발표한 ‘12·16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 호가 및 실거래가가 일부 조정됐지만 노원구 도봉구 등 비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008년 9월에 터진 금융위기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한 달 만인 10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5년여 만인 2014년 하반기에야 상승 전환(한국감정원 기준)했다.
전문가들은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4월 이내 진정이 되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여름까지 가면 부동산 시장도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먼저 주식, 채권시장에서 반응을 하고 6개월 이후 부동산 시장의 충격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이런 분위기가 3~4개월가량 더 이어지면 부동산 시장도 하방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격 여파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이 현실화된다면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과 전반적인 상황과 위기의 본질을 감안했을 때 충격이 덜할 것이란 분석 등이 엇갈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사람들이 대면접촉을 꺼리면서 최악의 경우 실물경제가 완전히 망가지고 경기유발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며 “2008년보다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한국 기업 이익이 줄면 거시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된다고 해도 채권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2008년 은행위기와는 다르다”며 “저금리와 소득 증가로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008년 대비 30% 정도 낮아져 있어 실제 체감하는 부담은 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국가들의 위기통제 및 관리능력이 좋아진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했다.
‘영끌 투자’ 당장 멈춰야
부동산 매수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전문가가 보수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규제 등에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충격이 본격화되면 전반적으로 시장이 동반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재건축 재개발 등 투자 수요가 많은 부동산과 강남 아파트 등 급등한 부동산부터 가격 조정이 나타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광수 연구원은 “한마디로 가장 많이 오른 데가 많이 빠진다”며 “강남 아파트 등 많이 오른 곳 위주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봤다. 심교언 교수는 “강남 재건축 등에서는 수십% 대의 하락도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홍춘욱 대표는 “위기가 닥치면 대출자금의 만기연장(롤오버)에 문제가 생긴다”며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가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에도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120조6000억원(지난해 6월 기준)으로 연평균 14.8%씩 늘고 있다. 송인호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로 상가 임차인이 이자를 내지 못하면 부채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투자목적 매매는 지양하고 실수요자 역시 관망하는 것을 조언했다. 함영진 랩장은 “공급과잉 지역에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실수요 목적이라고 해도 이자를 최소화하고 현금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원갑 위원은 “특히 풍선효과 기대 지역을 좇아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충격 강도가 크면 전체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유정/배정철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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