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 확산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어제 한국 코스피지수(-4.19%), 일본 닛케이225지수(-5.07%) 등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실물경제 둔화가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고, 이것이 다시 실물경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코로나19 발병지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매를 가장 먼저 맞은 중국은 경제가 최악의 국면에 빠져든 게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민간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04년 4월 발표가 시작된 이후 최저인 40.3으로 추락했다. 그나마 중국은 앞으로 코로나19가 잘 통제되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제 폭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미국, 유럽은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게 이런 우려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져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까지 침체에 빠지면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2조6810억달러(약 3227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 세계 GDP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로나19발(發) 금융시장 혼란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줄줄이 밀리거나, 전면 취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3월 들어 두 곳이 코스닥 상장을 취소하는 등 이미 불안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내수, 수출, 실물, 금융을 가리지 않고 복합 경제위기가 들이닥쳤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마스크 대란’ 해법을 찾겠다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에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대책본부’로 전락해버렸다.
난맥상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데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세계적 대기업들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지키고, 고용을 유지하며, 협력업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코로나19 진단용 키트를 개발한 씨젠 등 바이오 기업들은 전 세계 주요국에서 제품 공급 요청이 잇따르는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다.
강한 기업이 위기 속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코로나 사태가 입증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악의 경제 상황을 반전시킬 대책을 짜내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해답을 먼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기업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경제계의 고언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까지 염두에 둔 ‘족쇄’ 풀기, 기업인들에 대한 주요국 입국제한 해소, 일시적 자금난 극복 지원 등은 지금 기업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대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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