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놓고 정의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의당은 8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오는 12일 당원 모바일 투표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정의당에 비례정당 합류를 요구하는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는 상황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9일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많은 국민께서 미래통합당, ‘도로 새누리당’의 반칙인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언급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정의당은 어떤 경우라도 소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혁신의 한길을 걷겠다는 비상한 결의를 했다”며 “특권과 반칙, 꼼수 전문의 수구세력을 막는 길은 우회로나 갓길이 아니다. 경쟁에서 누군가 반칙을 쓴다고 같은 반칙으로 대응한다면 둘 모두는 같은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의 발언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견제하기 위해 정의당도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해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압박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오는 당원투표에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와 최배근 건국대 교수 등을 주축으로 한 비례연합정당 ‘시민을위하여’는 이날 정의당에게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의 비례연합정당 불참에 대해 “정의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재고를 촉구한다”며 민주당 전당원투표가 예정된 오는 12일까지 최종 입장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당원투표를 통해 비례연합 참여를 결정할 경우 정의당에도 참여 명분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한 이들은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정의당도 결국 참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보는 모양”이라며 “정작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정의당에서 어떻게 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명을 내 불참을 선언한 것이 그저 민주당과 벌이는 치킨게임의 일환이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끝까지 진보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진정성의 표현이었는지,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앞으로 안과 밖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을 것이다. 그걸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