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진보진영의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방안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정의당이 전국위원회에서 연합정당 불참을 공식화해 범여권 비례대표 연대가 이뤄지더라도 ‘반쪽’에 그칠 전망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연합정당 참여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어 추진 과정도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정치개혁연합과의 4·15 총선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치개혁연합에 비례대표 후보를 보낼지, 보낼 경우 민주당 자체적으로는 비례대표 후보를 낼지 여부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전 당원 투표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기로 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안의 중대성과 무게감 때문에 전 당원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다음주 중에 모바일 투표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어떤 문항으로 투표할지는 이르면 9일, 늦어도 11일까지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달 24일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민주당 대응전략 제언’이라는 대외비 보고서를 작성해 당 핵심 지도부에 보고했다. 민주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촛불혁명 세력의 비례후보 단일화를 통해 탄핵 세력이 1당이 돼 탄핵을 추진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비례연합정당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도 지난달 28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에 맞서 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민중당 민생당 등 범진보 정당에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창당하자고 제안했다.
정의당은 그러나 8일 전국위원회에서 연합정당 불참 방침을 공식화했다. 정의당은 전국위에서 채택한 특별결의문에서 “스스로를 부정하며, 변화의 열망을 억누르고 가두는 졸속 정치에 가담할 생각이 없다”며 “당장 사명을 버리고 이익을 좇을 만큼 우리가 걸어온 길이 가볍지 않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원칙은 사라지고, 반칙에 반칙으로 맞서겠다는 집권당 태도는 정당정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생당도 박지원·천정배 등 일부 의원은 참여를 주장하고 있지만, 당 공식 입장은 ‘참여 불가’다. 유성엽 공동대표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민중당과 녹색당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래당 정도만 참여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은 “각 당의 결정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연합 외에 ‘열린민주당’ ‘시민을 위하여’ 등 추진되고 있는 범진보 비례연합정당이 더 있어 ‘교통 정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함께하는 열린민주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창당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연합정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말하기 전에 의회 민주주의를 유린한 폭거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김두관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당 의원총회에서 “원칙 없는 승리를 꾀하려다가 원칙 없는 패배로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