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일본 정부의 예기치 못한 한국발(發) 입국자 2주 격리 방침에 격앙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는 즉각 상응조치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됐던 양국 간 대결국면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靑 “국제사회 불신받는 일본이…”청와대는 이번 조치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최근 부실한 방역으로 일본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한·중·일의 초국경적 협력을 제안한 직후 나왔다는 점도 청와대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은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조치로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상응조치 카드를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해 7월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 당시 촉발됐던 한·일 간 ‘팃포탯(tit for tat)’ 대치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와 일본의 검사능력 차이에 대해서는 일본 언론 역시 인정한 것으로 안다”며 “일본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언론들도 아베 신조 총리의 뒤늦은 대응을 두고 정치적 조치라는 분석을 내놨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과 중국발 입국자 격리조치에 대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만회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뒷북대응으로 2차 감염이 확산하고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입국 제한 카드를 뽑았다는 지적이다.
상호주의에 입각해 상응조치정부도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하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과도하고 불합리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 정부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재고를 촉구했다. 외교장관이 직접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주한 일본대사의 카운터파트인 조세영 1차관이 부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의지를 전하기 위해 강 장관이 직접 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수한 방역 체계를 통해 코로나19를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가 이와 같은 부당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추가 조치를 자제할 것을 그간 수차례 촉구했음에도 충분한 협의는 물론 사전 통보도 없이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강 장관은 일본의 조치가 “코로나19 차단의 성과를 일구어가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매우 부적절하며 그 배경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미타 대사는 “일본은 앞으로 1~2주간이 코로나19를 종속시킬 수 있을지의 여부가 달려 있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며 “정확히 바로 본부에 보고하겠다”고 설명했다.
호주·중국 등과 형평성 논란도일각에선 입국 제한 조치를 한 호주와 달리 일본에만 상응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호주는 방역 문제나 확진자 상태에서 일본과 다른 상황”이라며 “방역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불신을 받고 있는 일본이 사전 협의도 없이 그런 조치를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대한 맞대응으로 입국제한에 나설 경우 중국에 대해서도 입국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고 입국자 역시 현저하게 감소한 현 상황에선 중국인 입국 제한은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아프리카 모리타니와 부르키나파소가 추가돼 이날 현재 102개국으로 늘었다.
김형호/임락근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