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 5조3000억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올해에도 결론나지 않을 전망이다. 조니 비더 의장중재인이 지병을 이유로 최근 사임하면서 소송 절차가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는 2016년 일찌감치 최종 변론을 마치고 선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5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는 홈페이지에 비더 의장중재인의 사임 소식을 공지했다. 법무부도 ICSID 사무국이 비더 의장중재인의 사임 소식을 통지했다고 확인했다. 70대 고령인 비더 의장중재인은 지병을 이유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는 앞으로 협의를 통해 새로운 의장중재인을 선정해야 한다. 2012년 11월 론스타가 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한 지 6개월 만인 2013년 5월에야 중재판정부 구성이 완료됐다. 국제중재업계에선 이번에도 의장중재인을 새로 선임하는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ICSID 중재규칙 제10조 2항에 따라 중재판정부 결원이 보충될 때까지 중재절차는 중단된다.
의장중재인이 새로 선임되더라도 그가 방대한 사건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새로운 중재판정부가 대면심리를 다시 하는 등 사건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나선다면, 7년 넘게 끌어왔던 이번 사건의 결론은 무한정 연기될 수밖에 없다.
국제중재업계 관계자는 “의장중재인을 새로 선임하고 새롭게 구성된 중재판정부가 사건을 검토하는 시간을 감안할 때 올해 안 선고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론스타 ISD 사건은 2016년 최종 변론을 마지막으로 4차례의 심리를 마치고 중재판정부의 절차 종료 선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사건기록을 읽어야 하고 형식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안 선고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결정문 초안이 나왔을 정도로 사건이 마무리된 단계라면 의장중재인이 바뀌더라도 기존의 방향대로 신속하게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규 의장중재인 선정 및 향후 절차에서도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선고가 더욱 늦춰짐에 따라 양측의 법률자문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