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월 06일(06:48)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선한결 국제부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발 세계 고급주택 수요가 확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 각국이 중국에 입국 제한을 강화하자 중국 수요자들이 외국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에서 고급주택 거래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들 국가에선 그간 중국 '슈퍼리치'들이 한 채에 수십~수백억원 하는 집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중국에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자산가들이 부동산 쇼핑을 멈췄다고 합니다.
중국 자산가들의 거래가 줄어든 것은 일단 맘에 드는 집을 고르기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여행 제한이 걸려 애초에 집을 보러올 수 없기 때문인데요. 앞서 미국, 호주, 바하마, 홍콩, 인도, 이탈리아, 일본, 싱가포르 등이 중국인이나 중국을 거쳐 오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 제한을 걸었습니다.
싱가포르 기반 고급주택 중개인 클라렌스 푸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자산가 관련 거래가 20% 가량 급감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습니다. 그는 “유명 호텔 마리나베이샌즈 근처로 600만 싱가포르달러(약 51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하려던 중국인 부부가 있었다”며 “직접 싱가포르에 방문해 각 아파트 인근 학군 등을 따져보고 아파트 매입을 결정하려 했으나 비행기를 예약한 직후 입국 금지령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무기한 보류됐다”고 했습니다.
미국 부동산기업 켈러윌리엄스 소속 중개인인 코코 탄도 중국발 고급주택 거래가 줄었다고 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거쳐 오는 이들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고, 항공편도 취소되면서 대부분 고객이 여름 이후로 방문을 연기했다고 하네요. 캘리포니아의 고급 주택 전문 건축기업 톨브러더스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거래 11건이 중도에 미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중개인들은 IT기술을 이용해 중개를 해보려 하는 사례도 나왔는데요.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 부촌에 있는 750만 달러(약 89억원) 짜리 타운하우스를 사려는 중국인들에게 뉴욕 현지 중개인이 왓츠앱 메신저 영상통화로 집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거래를 하는게 쉽지는 않다고 하네요.
일부 국가에선 투자 이민 비자 처리가 사실상 중단된 것도 중국발 거래가 줄어든 이유입니다. 호주에선 중국인 대상 주요투자자 비자 처리가 사실상 막혔습니다. 중국 자산가들이 영주권을 얻고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주요 경로였다보니 이를 통한 거래도 확 줄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자산가들은 작년에만 미국 부동산 매입에 134억 달러(약 15조8500억 원)를 쏟아부었습니다. 작년 한 해 중국 당국이 외화 반출을 단속하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무역전쟁이 한창 각을 세우는 바람에 예년보다 중국인들의 주택 매입량이 줄었는데도 세계 각국 중 최고입니다.
날씨가 좋은 편이라 고급주택 수요가 높다는 캘리포니아에선 작년 외국인발 부동산 거래량 중 34%가 중국인 몫이었을 정도입니다. 중국 슈퍼리치들이 몰리면서 캘리포니아 부촌 일대 집값은 매년 치솟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에서 한동안 중국 자산가들의 주택 수요가 잠잠해질까요.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 오히려 중국발 고급주택 수요가 확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캐나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캐나다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외국발 캐나다 부동산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캐나다는 의료보험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고, 자연 환경이 깨끗하기 때문에 전염병 사태를 겪은 이들이 오히려 캐나다로 몰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캐나다에선 특히 밴쿠버 등 기존 인기 지역에 중국 자산가 수요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데요. 앞서 밴쿠버는 중국 등 외국인 투자 수요가 확 몰려든 2016년 한 해에만 집값이 전년대비 30% 폭등했습니다. 이때문에 캐나다 정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특별 부동산 취득세를 20%로 올리는 등 각종 외국인 투자 억제책을 내놨을 정도입니다.
기존에 외국 연고가 있는 중국인들도 코로나19 이후 집을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월 춘절 연휴를 맞아 호주에 왔던 중국인 자산가 일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며 “호주는 (중국보다) 매우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산가들의 외국 주택 수요 향배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질수록 외국에 집을 사두려는 중국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앞으로 글로벌 주택시장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끝) /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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