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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착한 사람에겐 잘 통하지 않는 '인센티브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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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셸링은 1950년대 초 대통령 보좌관으로 일했다. 당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성취와 보람을 느꼈다. 매주 금요일 정기회의는 밤늦도록 이어졌고 결론은 늘 ‘토요일 오전 다시 속개’였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를 지켜본 대통령은 토요일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인센티브 효과’는 이후 토요일 회의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셸링은 젊은 시절 자신이 겪은 백악관에서의 경험을 경제학자 새뮤얼 보울스에게 이메일로 전해왔다. 그가 경제적 보상을 앞세운 ‘인센티브’ 제도가 실제 사회와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해오고 있다는 얘길 듣고서다.

이탈리아 시에나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보울스 교수는 30년간의 연구 결과인 《도덕경제학》을 내놨다. 2006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받은 그는 책에서 ‘보이지 않는 손’ ‘이기적 인간’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명제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검증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 등 많은 사상가는 제도란 개인의 이기적인 선택을 전제로 해서 보상과 처벌을 중심으로 고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기적 인간’이라는 설정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게 보울스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스위스에서 거주지역에 핵폐기 시설 설립을 앞두고 시설 주변 주민들에게 환경적 위험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알려주자 해당 시설에 주민들이 보이는 반감은 훨씬 더 강해졌다. 노르웨이에서는 병원이 환자의 불필요한 입원 기간을 늘리지 못하도록 벌금을 부과했지만 오히려 전보다 더 악화된 결과를 마주했다.

부제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란 질문에 책은 ‘몰아냄 효과’로 답한다. 몰아냄 효과는 사람들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했는데,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거나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보상과 벌금이라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더라도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이 있고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이런 인간의 성향을 ‘몰아낼’ 수 있다. 책은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몰아냄 효과의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 저자는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은 인센티브를 제공할지, 어떤 유형을 제공할지, 인센티브에 대한 반응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인센티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인센티브 제도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한다. 산업화 이후 여러 사상가는 시장의 확대가 도덕성의 쇠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의 역사가 길고 시장이 지배적인 사회일수록 시민성이 더 높음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시장의 확장이 닫혀 있던 계층 사회를 열었고 자유로운 이동과 선택을 가능케 했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사회보험, 자유주의적 법치 등 제도적 기반은 도덕적 행동에 따르는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저자가 오늘날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답으로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덕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제도의 설계’를 강조하는 이유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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