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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팬데믹] 외국인 공매도에 바닥 뚫린 주가…5년째 대책 손놓은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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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공매도는 국내 증시에서 수년째 '뜨거운 감자'다. 코로나19에 따른 급락장세에 공매도 폐지 목소리는 다시금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위원회는 난색을 표하는 등 금융당국도 엇박자다. <한경닷컴>은 반복되는 공매도 논란과 시장 안정화 방안을 들여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 국내 증시의 급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공매도(空賣渡) 금지를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9일 오전 11시13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2.84포인트(4.06%) 폭락한 1957.38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4%의 이상 하락한 것은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컸던 2018년 10월11일 이후 17개월여 만이다.

외국인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급증한 지난 달 17일 이후 3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금액도 증가세를 지속했다.

외국인의 최근 4주(2월10일~3월6일) 간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금액은 5조401억원으로, 직전 4주(1월13일~2월7일)의 3조8976억원보다 약 30% 늘었다. 기관은 5조583억원으로 8.72% 증가했고, 개인은 783억원에서 800억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급락장에도 정책 결정권을 가진 금융당국은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중이다. 금융당국은 2016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한 후 공매도 규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과 관련해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시가총액 등 일정 기준 이상의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추진 가능한 방안이라고 보고, 금융위에 제안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금감원은 국내 자본시장에 적합한 공매도 규제를 조사했는데 최근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로 결론내렸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해 개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는 주식 시장의 거래량을 늘리고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는 등 순기능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 대안으로 떠오른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시가총액이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시총 기준 12개월 회전율(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60%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홍콩거래소가 지정 종목을 점검하고 변경한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와 관련해 금융위는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관련 내용을 전달해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을 갖고 협의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리나라의 공매도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2016년 도입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통해 공매도 급증으로 가격이 급락한 종목에 대해 하루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시키고 있다.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직전 체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매도 주문를 해야 하는 '호가제한 규정(업틱룰·Uptick rule)'도 1996년부터 시행 중이다. 호가제한 규정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홍콩 미국에서만 도입하고 있다. 공매도 호가 표시(2003년), 공매도 대량보유자 공시(2016년) 등도 영국과 일본 외에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위에서 추가 공매도 규제가 어렵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 "폐지 힘들면 개인 접근성 높여야"

금융당국은 공매도 규제가 세계에서 제일 강력하다고 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허술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권인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는 증시가 불안할 때 '패닉 셀'(투매 현상)을 부추기며 증시 하락의 피해를 키운다"며 "그 피해는 국내 주식 거래의 70%를 담당하는 개인 투자자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높은 공매도 규제가 필요하다"며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가 대안"이라고 했다.

홍콩거래소가 1994년 도입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주가 변동이 크고 가격 조작이 쉬운 중소형주 투자자를 공매도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인의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자본시장법 '제180조 3항'에 따라 별도의 법개정 없이 금융위 직권으로 시행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발생 당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이야말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폐지보다는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재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를 통해 대주거래를 해야 하는데, 개별 증권사가 갖고 있는 공매도 가능 종목이 적다. 2019년 말 기준 개인의 대주 가능 종목은 248개로 외국인·기관 투자자 916종목의 30%에 수준에 불과하다. 또 외국인이나 기관과 비교해 신용도가 낮다고 봐 이자율(평균 5%이상)도 높다.

전문 투자자 요건을 충족하면 개인도 증권사 외에 주식 차입자에게 직접 빌리는 대차 거래를 할 수 있다. 다만 총 투자금액 5000만원, 순자산 5억원 이상이라는 요건이 있어 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지난해 공매도 시장에서 금액을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 비중은 전체의 1%에 불과했다.

윤진우/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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