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과 연구실 책상에 항상 잊지 않고 놔두는 것이 있다.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재접착 메모지다.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이 메모지는 사실 실패작에서 출발했다. 처음 이들이 목표로 했던 것은 강력한 접착제였는데, 정작 만들어진 것은 정반대인 저점도(低粘度) 접착제였다. 회사는 이 실패작을 5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목해 재접착 메모지로 개발했다. 이 메모지는 40년 넘게 세계에서 사용되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많은 이가 여러 방법을 통해 성공 혹은 혁신의 비결에 대한 답을 구한다. 필자는 이 작은 메모지에 해답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메모지 개발 과정처럼 성공은 한순간의 기지로 소위 ‘대박’이 터지는 게 아니다. 여러 번의 실패가 축적된 끝에 찾아오는 결과물이다. 혁신적인 성공은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물론 1970~1980년대와 달리 과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지금은 실패를 거듭할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실패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경험하기 위해 독서를 택한다. 독서는 아주 유용하지만 직접 겪은 실패의 경험에 비할 수는 없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토머스 에디슨, 빌 게이츠, 손정의, 마윈까지 혁신적인 인물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 위대한 성공을 이뤘다. 이는 실패의 경험을 축적할 줄 알고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서 또다시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혁신 뒤에 있는 공통적인 하나의 비결이 ‘실패의 축적’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문화는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성공은 좋은 것으로, 실패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구분한다. 대표적인 예로 교육을 들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입시에 이르기까지 점수체계로 돼 있어 단 한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과정에서 위대한 성공에 도전할 수 있는 도전정신을 키워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배우고 발전하는 과정에 놓여 있는 만큼 언제나 실수나 실패를 이해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대로 주저앉는 게 아니라 실패의 경험을 성공하기 위한 지식으로 치환해 다시 도전하는 정신을 키워야 한다. 여기에는 서로 실패의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실패를 성공의 자양분으로 삼아 다시 도전하는 정신을 길러주고, 누구나 실패라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또 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그때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사회로 가는 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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