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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ed가 누른 '패닉 버튼', 시장 패닉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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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 미 중앙은행(Fed)이 갑작스런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겁니다. 그것도 인하폭이 0.5%포인트에 달했습니다.

장 초반 다우 기준 200포인트 가량 내리던 뉴욕 증시는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발은 정확히 10분 동안만 지속됐습니다.
오락가락 하던 주요 지수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오전 11시부터는 본격적인 미끄럼틀을 타더니 한 때 900포인트 넘게 떨어졌습니다.



Fed가 시장이 원하던, 전격적 결정을 내렸는데 증시는 왜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게다가 이날 Fed는 무려 1000억달러를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에 풀었습니다.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반응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블룸버그 TV에 나와 잘 정리했습니다.
그는 "Fed가 갑작스런 금리 인하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경제가 망가지나?). 당신이 탄약이 부족하다면 아껴야한다. 지금 금리가 낮은 만큼 그런 상태다. (그런데 50bp나 내렸다) 낮은 금리가 바이러스를 치유할 리도 없고, 망가진 공급망을 되살릴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Fed의 전격적 금리 인하에 대한 월가의 시각을 정리합니다.




①전격적 금리 인하가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나쁜가

Fed는 예정에 없던 회의를 통해 0.5%포인트에 달하는 '빅 컷'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2주 남은 정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리면 될 것을 갑자기 인하하자, 투자자들은 '뭔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 있는 게 아닌지' 불안해졌다"면서 "파월 의장이 이럴 정도면 '뭔가 굉장히 나쁜 상황을 대비해야하는 것 아닌가'란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Fed는 내일 경제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금요일엔 2월 고용지표가 나옵니다. Fed는 이 지표들을 미리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추정이지요.

게다가 이날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은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또 구글은 1년중 최대 행사인 연례 콘퍼런스 '구글 I/O'를 취소해버렸습니다. 직원들 여행 금지령과 함께 말입니다.



②전격적 금리 인하는 '뒤끝'이 좋지 않았다

Fed가 전격적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투자자들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됐습니다.
과거에도 Fed는 위기 상황에서 종종 이렇게 긴급 회의를 갖고 금리를 내렸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이던 2008년 10월8일 기준금리를 1.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게 대표적입니다.
또 1987년과 1994년, 1997년과 2000년, 2001년 1월과 4월, 9월, 그리고 2007년, 2008년 1월에도 긴급 회의를 통해 금리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들 경우 가운데 금리 인하를 계기로 주가가 지속적 상승세로 전환됐던 것은 1994년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경우는 증시가 이후에도 하락세를 겪었습니다. 2001년 닷컴버블이 터질때, 그리고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지속적 금리 인하에도 증시에선 폭락세가 나타났습니다.

③ 과연 0.5%포인트 인하로 충분한가

Fed의 전격적 인하는 "이렇게 상황이 좋지 않다면 과연 0.5%포인트 인하로 충분할 것인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는 "나는 이번 금리인하가 필요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게 시장을 구원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은 벌써 상반기내 두 번의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3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00%, 4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55.7%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3월, 4월에 각각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④ 향후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만약 4월까지, 혹은 상반기까지 두 번 더 내린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0.5~0.75%가 됩니다.
그렇지만 Fed의 금리 인하가 바이러스를 잡는 치료제는 아닙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에도 잡히지 않고 계속 확산된다면 Fed가 이 정도의 실탄을 갖고 다음 불황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⑤ 파월의 커뮤니케이션 실수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외에 다른 조치를 고민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기준금리 이외에 다른 정책수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양적완화(QE)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커뮤니케이션 실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금리라는 '실탄'이 떨어진다면 QE를 재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날 발언을 놓고 2018년 12월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시 보유자산 축소에 대해 '오토파일럿'이라며 중단 가능성을 일축해 시장에 충격을 준 걸 떠올린 사람도 있습니다.

⑥Fed 신뢰 잃었나

Fed는 지난주 중반만 해도 "현재의 통화 정책이 적절하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8일 긴급성명을 발표해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했고 정확히 나흘만에 금리를 0.5%포인트나 내렸습니다.

시장이 흔들리면 Fed가 나서는 형상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너무 잘 듣는 게 아니냐"면서 "파월 의장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트위터를 통해 “다른 중앙은행들은 훨씬 공격적인데 파월과 Fed의 행동은 언제나 늦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Fed의 이날 인하는 이런 행정부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월가의 한 채권 매니저는 "최근 회사채 하이일드시장에서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오늘 Fed의 전격적 금리 인하는 유동성 보강 측면에서 적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에는 이처럼 파월 의장의 적절한 개입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만약 코로나 여파로 공급망이 무너지고 소비 수요까지 줄어든다면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기업들 중에선 회사채 롤오버(전환 발행)가 안돼 무너지는 곳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이일드 시장에서 생긴 지진이 뉴욕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항상 커다란 위기는 그런 식으로 태어났지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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