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3일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4·15 총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뛸 ‘운동장’이 선거 한 달 반을 남겨두고 마련됐다. 세종과 경기 화성, 강원 춘천, 전남 순천에서 지역구가 한 곳씩 늘어나고 서울 노원과 경기 안산, 강원·전남의 다른 지역은 통폐합으로 한 곳씩 줄었다. 야당은 생활권이 다른 지역이 한 선거구로 묶여 여당에 유리한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반발했다.
이날 획정위는 세종과 춘천, 순천 등은 선거구를 두 개로 분구한다고 발표했다. 화성은 세 개 선거구에서 네 개 선거구로 늘렸다. 서울 노원갑·을·병은 노원갑·을로, 경기 안산상록갑·을 및 단원갑·을은 안산갑·을·병으로 통폐합한다.
강원과 전남은 지역구가 한 곳씩 줄었다. 강원에서는 △강릉 △동해·삼척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속초·고성·양양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등 5곳이 △강릉·양양 △동해·태백·삼척 △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으로 4개로 통합·조정된다.
전남에서는 △목포 △나주·화순 △광양·곡성·구례 △담양·함평·영광·장성 △영암·무안·신안 등 5곳이 △목포·신안 △나주·화순·영암 △광양·담양·곡성·구례 △무안·함평·영광·장성 등 4곳으로 합쳐진다. 전체 지역구 의석 253석은 유지된다.
선관위는 지난해 1월 표준인구를 기준으로 인구 하한 13만6565명, 인구 상한 27만3129명을 설정했다. 이날 선거구 획정도 이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 김세환 선거구획정위원장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 획정안을 마련했다”며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인구편차 범위와 공직선거법 기준에 따라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선거구 획정안이 발표되자 야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났다. 통합 대상인 안산 단원갑 김명연 미래통합당 의원은 “여당에 유리하도록 선관위가 미세조정을 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을 시도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이날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원내교섭단체 간에 논의해온 내용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미흡한 감이 있다”며 “농·어촌, 산간지역을 배려하는 것을 노력한다고 했는데 (강원도) 6개 군을 묶는 것은 법률에 배치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유리한 세종·순천·화성 지역구가 나눠지고, 통합당이 유리한 강원 지역이 합쳐지면서 여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과 전남에선 다섯 개 선거구가 네 개로 합쳐지면서 ‘공룡 선거구’가 생겼다.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은 서울 면적의 8배가량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담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선거 운동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 있다”며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은 일종의 보고서다. 다만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는 획정위가 제출한 선거구획정안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명백한 위법’이 아닌 이상 사실상 최종안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획정위 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5일 국회 본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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