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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착한 임대인' 운동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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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점포 임대료를 낮춰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에 적극 나섰다. 전주 한옥마을 건물주들이 상생협력 방안으로 임대료를 10% 인하하기로 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발적인 상가임대료 인하 운동을 이끈 전주시와 시민들께 박수를 보낸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적극 지지했다.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월 1일부터 착한 임대인의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임대인의 재산세를 감면하겠다고 화답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3일 대구·경북지역 상가에 대해 임대료를 50% 인하하고, 2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레일도 소유 건물의 임대료를 6개월간 인하해주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임대료 인하를 적용받은 점포를 9300개로 추산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조차 착한 임대인 운동의 실효성을 놓고 비판이 나온다. 소수 임차인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이원재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착한 임대인은 큰 건물주에겐 좋은 정책일지 모르지만 지금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소상공인에게 직접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나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들은 이번 사태가 진정된 이후 임대료를 다시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세금 인하 정책으로 임대인의 참여를 유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작명도 우려스럽다. 임대료 낮추기 운동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착한’ 임대인 운동이라고 이름붙였다. 뒤집어 보면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건물주를 ‘나쁜’ 임대인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임대료 문제를 도덕적 잣대로 들이대며 ‘착한’ 소상공인과 임차인을 지지하는 구도다.

사실 부자와 서민을 선악으로 구분 짓는 것은 현 정부·여당의 오랜 레퍼토리다. 더불어민주당은 2012년 야당 시절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비판하며 총선과 대선을 치렀다.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부자에게 더 많은 벌금을 내게 하는 ‘재산비례 벌금제’를 내세우기도 했다.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대책은 단순해진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도우려면 재난수당을 지급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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