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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脈] 몸집 불리는 강성 '귀족노조'…'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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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한창일 때 ‘곧 노동조합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붉은 머리띠에 깃발을 든 수많은 노동조합원이 집회장으로 진격하는 것을 보면서다. 실제로 노조,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의 대주주’ 대우를 받는 사회 주도세력이 됐다. 노조는 공공부문의 주요 자리를 장악했다. 노조 출신 인사 여러 명이 국회의원으로 포진한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를 모두 차지하는 일도 있었다. 각종 공공기관의 장(長)과 임원 자리도 차지했다. 서울시 공기업들은 노조 추천자가 임원이 되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금융공기업들은 사실상의 ‘노영(勞營)기관’으로 가고 있다. 노조는 시민단체와 함께 출세의 지름길이 됐다.

당연히 노조는 정책 형성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에선 민주노총 출신이 정책보좌관이 돼 사실상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 원자력 등 노동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위원회에서도 노조 주장이 관철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대한민국에 부정적인 역사교과서 서술 등이 민주노총의 입맛에 맞게 이뤄졌다. 얼마 전에는 유력 경제부총리 후보를 낙마시킴으로써 비토세력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방송을 장악한 뒤 노조에 불리한 뉴스는 사라졌다. 노조, 그중에서도 민주노총은 파업, 건설현장, 시위 등에서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별로 처벌받지 않는 등 법 위의 존재가 됐다. 정부가 친(親)노동을 내걸고 친노조 노선을 걸은 결과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육계를 생산하는 경기 양평의 마니커 공장을 폭력으로 봉쇄한 민주노총의 행태가 이들의 위세를 잘 보여준다.


親노동 내걸고 親노조

근로자 중 노동조합 가입자 비율을 ‘노조 조직률’이라고 한다. 1970년대 후반 25%이던 노조 조직률은 노동운동 폭발기인 1980년대 후반을 제외하고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2010년 9.8%로 떨어졌다. 노조 조직률의 추세적 하락은 그 시작은 달라도 북구를 뺀 세계 각국에 공통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1970년 25%를 넘었으나 지금은 10%에 불과하다. 민간 부문만 보면 6%가 안 된다. 1970년 37%였던 일본도 지금은 17%로 반토막 났다.

노조 조직률 하락의 요인으로는 △제조, 건설업 등의 비중이 줄고 서비스업 등은 커지는 식의 산업구조 변화 △노조의 보호보다 개인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전문·관리직의 증가 △경제의 디지털화 등이 언급된다. 국제경쟁 심화로 노조가 임금 이득을 얻기 어려워진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그런데 2010년 9.8%로 바닥을 친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1.1%포인트나 올라 11.8%를 기록했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공공부문을 포섭한 결과다.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 수는 이미 2017년 말 200만 명을 넘어 196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고 노조의 조직기반인 제조업 등이 빠르게 무너지는 와중에 노조만 몸집을 불리는 모습이다.

노조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악화

노조는 근로자의 고충을 처리함으로써 생산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은 고용을 보호하고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노조 지도자 새뮤얼 곰퍼스는 노조가 원하는 바는 ‘더 많은 것(more)’이라고 요약했었다. 당연히 기업비용을 증가시킨다. 근로자의 전환배치나 해외공장 건설을 막는 등 경영권에 간섭함으로써 기업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게도 한다. 강성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임금은 높은데 생산성과 이익률은 낮은 이유다.

임금도 가격이니 임금이 오르면 노동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곧 노조의 높은 임금은 일자리 희생을 통해 얻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근로조건 향상이 절실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중소기업은 임금을 올릴 여력이 별로 없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번성하는 곳은 대부분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거나 독과점 지위를 가진 기업들,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길 수 있는 공공부문이다. 실제로 조합원의 87%는 노조원 수가 300명 이상인 대규모 사업체에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방송, 금융, 자동차 등의 핵심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노조는 근로자의 평등을 내세운다. 실제론 그들만의 평등, 곧 ‘인싸(insiders)끼리의 평등’이다.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에서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챙기고, 그 비용은 비노조 부문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90% 가까운 ‘아싸(outsiders)’들은 고용조건이 훨씬 불리한 2차 시장으로 밀려나거나 실업자가 된다. 《동물농장》의 조지 오웰 식으로 표현하면 인싸들은 ‘더 평등한’ 존재다. 집권층과 노조가 이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외치지만 격차의 근원은 다름 아닌 노조라는 뜻이다. 대기업 대졸 초임이 일본의 2배나 된다는 사실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지대(地代)를 뽑아가는 노조의 존재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노조는 거대한 조직 외에 막강한 자금력도 갖고 있다. 국내 H자동차 하나만 해도 조합비만 연 100억원이 넘는데, 해고 조합원을 지원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비슷한 액수를 또 걷는다. 조합비의 절반가량은 상급 노조로 간다. 조합비 사용에 대해서는 외부감사도 받지 않는다.

집권층은 우군으로 생각하는 노조의 힘을 더 키우는 방향을 유지할 것이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와 근로시간 면제제도 완화 등 노조의 힘을 더 키우는 정책도 밀고 있다. 한국 노조는 G자동차처럼 사업 철수를 눈앞에 두고도 파업을 강행할 정도로 전투력과 이념성이 강하다. 이런 현실에서 노조의 비대화·권력화가 계속 이뤄지면 노조는 한국 사회의 파괴적인 지배세력이 될 수도 있다. 정권과 일체가 된 노조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조설립 의무화, 해고금지 등을 관철하고 각종 이권을 챙기는 불가침의 집단이 되면서 인재와 자본의 해외 탈출이 그리고 국가 부도 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가 우리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체인력 사용 등 대항수단 절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수십 년 만에 세계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전일제 일자리로 환산한 일자리가 90만 명가량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구직난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와 함께 노동개혁이 절실하다.

노조 힘의 원천은 파업이다. 직장 점거 파업 등으로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임금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가 미국의 7배, 일본의 173배나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사측은 마땅한 대항수단이 없다. 직장폐쇄가 한 수단이지만 합법성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대체인력의 사용도 금지돼 있다. 아프리카의 말라위와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이런 제도를 바꿔서 노조 쪽으로 심하게 기운 노사관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강성 노조가 위세를 떨쳐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던 영국이 마거릿 대처 총리의 노조개혁 이후 다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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