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이 워낙 복잡해 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근로감독관들조차 어려워하는 걸 보고 해설서를 생각했습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뀌는 법에 맞추다보니 33번째 개정판까지 쓰게 됐네요.”
국내 근로기준법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하갑래 단국대 법학과 교수(사진)는 지난달 27일 정년 퇴임을 맞아 이같이 말했다. 퇴임 후 하 교수 직함은 ‘초빙교수’로 바뀌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하 초빙교수는 노동부 사무관 시절인 1992년 근로감독관들을 위해 만든 통신 교재를 모아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냈다. 대학 교재 몇 권이 전부이던 시절에 나온 첫 노동법 종합 실무 해설서였다. 행정 해석과 다양한 사례가 담긴 덕분에 관련 공무원뿐만 아니라 기업체 인사·노무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이 책에 대해 “이론은 물론 실무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례를 다뤘다”고 평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4만8000부가량 판매됐다.
하 교수는 2007년 단국대로 옮기기 전까지 줄곧 노동부에서 일한 노동행정 전문가였다. 1급 승진을 앞두고 학자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기업으로 옮기거나 대학에 둥지를 트는 공무원들과 달리 제대로 ‘학문의 길’을 택해서다. 하 교수는 “직접 심판하는 대신 훈수꾼으로 변신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의 학문적·실무적 성과에 대해 학계에서도 후한 점수를 준다. 공무원은 물론 공인노무사, 노동 전문 변호사 등이 그가 이끈 단국대 대학원에 몰려든 이유다. 하 교수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개정판을 내겠다”고 말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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