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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소문|코로나19 폭탄 '펑'…이도 저도 못하는 공연계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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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일자리까지 잃게 될까 걱정이에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그림자가 한국산업 전반을 뒤덮은 가운데, 문화·예술계의 시름 또한 깊어지고 있다. 뮤지컬 제작사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이 같이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취소 및 연기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예술들인들이 긴급생활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이달부터 총 3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총 21억 원 규모의 예산을 공연단체 피해보전을 위해 수혈하고, 2억 2천만 원 규모로 소독·방역용품, 휴대형 열화상 카메라 등을 지원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다중이용시설인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뚝 끊기면서 업계의 생존이 위협받자 내놓은 긴급 방침이었다. 폭탄처럼 터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미 공연 매출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4일 연극·뮤지컬·클래식·오페라·무용·국악 등 공연 매출액은 184억249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동기 322억4228만 원보다 42.9%나 감소한 수치다.

공연업계는 코로나19 초기 발병 단계부터 일찌감치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노력했다. 2015년 공연 시장을 얼어 붙게 만든 메르스의 공포를 떠올리며 공연장을 전체 방역했고, 관객을 응대하는 근무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또 입장 전 발열체크를 하거나 곳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폭탄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취소를 원하는 관객들도 쏟아져 나왔다. 안전에 대한 우려에 관객들이 발길을 끊는다면 사실상 공연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 대관비, 프로모션비가 투입되는 공연 업계의 특성상 취소 결정도 쉽지 않다. 이에 이미 개막한 장기 뮤지컬의 경우 어렵사리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레베카' '웃는남자'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취소를 원하는 관객에 한해 수수료 없이 환불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예 공연의 취소와 단축, 연기 등을 결정한 작품들도 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와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조기 종연하며, 오는 8일 개막 예정이던 뮤지컬 '맘마미아!'는 개막일을 4월 7일로 미루고 공연 기간을 축소하기로 했다. 뮤지컬 '아이다'와 '보디가드'는 부산 공연을 취소했다.

공연장이 휴관하면서 콘텐츠가 덩달아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5개의 국립공연기관(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정동극장, 명동예술극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휴관하고, 7개 국립예술단체(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합창단, 서울예술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공연을 잠정 중단한다. 두산아트센터도 임시 휴관하며, 예술의 전당은 비상 운영 체제에 돌입해 다수의 공연들을 취소했다. LG아트센터와 세종문화회관 또한 예정됐던 대관공연들을 일부 하지 않기로 했다.

공연장까지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면서 대관을 했던 민간 기획사부터 마케팅 대행 업체들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마케팅 관계자는 "공연 개막 자체를 못하게 되면서 진행하려던 이벤트도 전부 중단한 상태다. 공연을 연기하기로 협의하고 관객들에게는 일괄적으로 티켓 환불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어 재개 시기는 사실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염없이 대기하는 꼴이 됐다. 몇 달을 준비한 콘텐츠인데, 더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어 직원들도 모두 손을 놓고 있다. 대관비를 돌려 받을 수도 없고, 프로모션 파트너들에 대한 보상은 보상대로 이뤄져야 하니 돈이 나갈 일밖에 없다"며 힘들어했다. 대관 일정을 변경하는 것 또한 이미 1년 단위로 대관 일정이 잡혀 있는 공연장의 여건 상 어려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이도 저도 못하는 형국에 처한 셈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달 21일부터 '코로나19 관련 공연예술분야 상담창구'를 열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법률, 노무, 예술기업·단체 운영 등 공연예술분야 피해사례와 고충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사회가치창출팀 김현미 주임은 "지난주 초부터 내부적으로 피해 상담창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논의를 거친 끝에 21일부터 운영하게 됐다"면서 "코로나19의 확산세에 공연 취소가 늘면서 계약금, 대관료 환불 등의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예술계에는 프리랜서도 많아 문제가 더욱 복합적인 상황이다. 업계 특성을 고려해 상담창구를 열었다. 공연예술단체나 공연장, 프리랜서 등 업계 종사자들에게 산업 전반에 걸친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상담 창구 페이지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문의글이 쏟아지고 있다. '운영자금 대출', '도움이 필요합니다', '공연 취소로 인한 경영난', '매출 하락' 등 제목만 봐도 코로나19로 겪는 업계 관계자들의 노고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문의량에 대해 묻자 김 주임은 "상담 창구를 연 지난 주부터 아주 많았다. 현재도 꾸준히 전화나 온라인으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공연 취소에 따른 계약료, 대관료에 대한 문의가 많다. 또 천재지변에 따른 불가항력적 사유다보니 양측 어느 쪽에도 책임전가가 어려운 상황이라 법적인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답했다.

코로나19의 타격감은 어느덧 생활고를 걱정할 정도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깊숙이 파고들었다. 김 주임은 "생활안정자금이나 피해보전과 관련한 법률적 문의도 많다"면서 "가능한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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