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무섭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도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도 있다”고 할 정도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췄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각종 경제 연구소의 전망은 더 어둡다. 대부분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상적이지 않은 비상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정책적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말 것을 주문했다.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주제로 한 국무회의에서 “한국 경제와 민생이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한 것에 이은 대응이다.
물론 최근의 경제 위축은 ‘코로나19’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돌출변수일 뿐이다. 경제가 이처럼 어려워진 데 대한 근본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도 투자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빠져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한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는 4401억4700만달러로, 2018년(4052억1910만달러)보다 8.6% 늘었다. 기업들이 외국에 회사 또는 공장을 세우거나 외국 기업을 사들이는 데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썼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는 연평균 12.4%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2019년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2385억5330만달러로 증가율이 0.6%에 불과해 한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가 줄어드니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지난 23일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4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3.5%)을 훨씬 밑돈다. 청년실업률도 9.5%로 OECD 평균(9.2%)보다 높은데 일본(3.8%)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높다고 한다. 지난달 1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핵심 경제활동인구인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5만3000명, 16만2000명 줄었다. 특히 40대 취업자 수의 감소폭이 1991년 이후 가장 컸다고 한다.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기보다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국내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만한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촘촘히 쳐진 거미줄 규제와 정치권의 반(反)기업 정서가 국내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얘기다. 현재 1차, 2차, 3차 산업별로 산재해 존재하는 각종 규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융복합형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차단하고 있다. ‘타다 사태’가 대표적이다.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은 택시업계란 기득권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조정과 산업정책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코로나19를 딛고 경제 활력을 되살리려면 무엇보다도 신산업 탄생을 가로막고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거미줄 규제를 혁파하는 게 절실하다. 정부 부처마다 강화해온 인허가 규제와 기업인을 범법자로 만드는 과잉 형사처벌 제도를 전면 수정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 복지 부담을 과도하게 전가해온 분배정책도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더 내도록 법인세율을 인상한 법인세법 재개정이 시급하다. 정부는 2018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내린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과는 거꾸로 간 것이다. 이렇게 법인세율을 인상했지만 법인세수가 예상보다 7조원 이상 덜 걷힌 사실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의무화한 노동정책에 대한 출구전략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난을 단순히 코로나19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부실패 요인이 존재한다. 지금부터라도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기업에 복지 부담을 전가해온 정부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남 탓만 해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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