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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의 호소…"먹거리·마스크 사기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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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아침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 앞. 우산을 쓴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 지어 섰다.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백화점이 문을 열기 2시간 전부터 몰려온 사람들.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노년층도 많았다. 김영혜 씨(68)는 “동네 약국과 마트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어 1주일 넘게 불안했는데 누가 알려줘 나왔다”고 했다. 그는 “우체국에서도 모바일로 살 수 있다고 안내받았는데 복잡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했다. 이날 온라인에는 전국 곳곳의 동네 약국마다 개점 시간 전부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나와 줄을 선 어르신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서울→지방 택배 폭주…‘신종 효도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그중 가장 힘든 사람들은 노년층이다. 코로나19를 피해 구매가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 가면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녀가 없거나 따로 떨어져 사는 노년층의 일상은 감옥과도 같아졌다. 당장 필요한 음식, 기본 위생을 위한 마스크와 소독제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몰라 외출 자제 권고에도 동네 슈퍼와 시장 등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코로나가 보여준 한국사회 ‘디지털 디바이드’의 단면이라는 평가다.

자녀들은 바빠졌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고향의 부모님을 위해 ‘온라인 대리 쇼핑’에 나섰다. 서울 등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30~50대, 외국에 유학이나 이민을 간 자녀들까지 대리 쇼핑을 하고 있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17일부터 열흘간 서울 거주자가 온라인 쇼핑을 통해 서울 외 지역으로 보낸 택배는 크게 늘었다. 신세계의 온라인 통합쇼핑몰 SSG닷컴에 따르면 2월 17일부터 2월 26일까지 서울 거주자가 지방 권역으로 배송을 보낸 주문 건수는 1월 동기 대비 96% 늘었다. 지역별로는 광주(65%), 울산(58%), 경북(57%), 대구(40%)행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이들은 바로 먹을 수 있는 도가니탕 등 가정간편식(HMR)과 생수, 건강기능식품, 과일과 고기 등을 보냈다. 미국에서 6년째 거주하고 있는 황희진 씨(35)는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 울산에 사는 부모님에게 생수와 간편식, 과일과 마스크 등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타임세일’이 뭔가요?”

음식뿐 아니라 ‘마스크 대란’ 속에서도 노년층은 소외됐다. 지난 한 달간 마스크 구매 정보는 온라인 대형 커뮤니티와 전국 맘카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돌아다녔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생기며 이 같은 쇼핑 링크가 뜰 때마다 사람들의 접속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들은 계약한 공장에서 마스크를 제조하는 장면부터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한 뒤 ‘XX일 XX시에 XXX사이트에서 인당 300장씩 판매 개시한다’는 등으로 광고하고, 실제 수천만 장의 마스크를 몇 분 만에 팔기도 했다.

노년층은 이런 정보를 접할 방법이 없었다. 동네 약국과 편의점 등을 전전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J약국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어르신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방문하거나 수시로 마스크 입고 확인 전화를 한다”고 전했다.

기저질환 취약계층…진료는 언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지병(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와 자녀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아파도 병원을 가는 것도 불안하고, 안 갈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 자칫 심장과 폐, 혈관 등의 질환이 있는 노년층이 적절한 진료와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지난 24일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과 처방 및 대리처방을 허용했지만 이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은 절반 정도다.

이번 사태로 디지털 정보 격차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고령화 시대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중 온라인 쇼핑과 예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6.5%에 그쳤다. 20~39세(97%), 40~64세(63.4%)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김보라/오현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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