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 가려던 우리 국민 100여명이 경유지인 두바이에 발이 묶였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모리셔스에서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에 앞서 23일 모리셔스에 도착했던 한국인들은 곧바로 현지 병원 등에 격리 수용됐다.
현재 두바이에 머물고 있는 A 씨는 26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3일 한국에서 출발했고 현재까지 두바이에 머물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을 외교부에 알렸지만 어떤 조치도 없었다. 당연히 경유지인 두바이에는 숙소 등도 예약하지 않고 왔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낯선 곳에 방치된 상황이다. 숙소 등도 우리들이 알아서 구했고 외교부로부터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A 씨는 "함께 입국한 100여명이 각자 흩어져 이 호텔, 저 호텔 떠돌아다니고 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묶지 못하고 숙소를 옮겨 다니고 있다. 예약하지 않아 가격도 비싸다"면서 "외교부에 여러 차례 상황을 알렸지만 협의 중이니 기다리란 말만 했다. 국민들이 낯선 곳에 방치되어 있으면 현재 상황은 어떤지, 도와줄 것은 없는지 궁금할 만도 한데 전화나 안내 문자 한통 없었다"고 했다.
A 씨는 "외교부에 대한 기대는 접었고 현재는 여행사와만 소통하고 있다"면서 "여행사 측에서도 외교부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답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A 씨는 "입국금지 당하고 낯선 땅에서 홀대받고 있는데 외교부에 너무 서운하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다행히 두바이에서는 한국인을 격리 조치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현지인들이 우릴 보면 '코로나'라고 말하며 경계한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들에 앞서 모리셔스에 도착한 한국인 부부 17쌍은 더운 날씨임에도 에어컨도 없는 시설에 강제 격리돼 큰 불편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제한하는 '한국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4일 기준 공식적으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모두 18개국이다.
심지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한국인이 격리되는 일이 있었다.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 입국한 한국인들이 도착 직후 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중국 당국에 의해 한때 격리됐다.
외교부는 사전 협의 없이 우리 국민들을 입국 보류시킨 국가들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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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