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5일 오후 1시44분
메리츠증권이 미국 뉴욕의 63층짜리 미분양 맨션을 담보로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시행했다. 정부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이스트 50번가의 고층 맨션인 ‘더 센트렐’(사진)의 미분양 부동산을 담보로 3억5000만달러의 대출을 시행했다. 뉴욕 부동산 대출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것이다.
더 센트럴은 글로벌 부동산 시행사 세루지 프로퍼티즈가 개발해 지난해 준공한 건물이다. 지상 63층에 124가구 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저층부는 상업시설로 조성됐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세루지가 지난해 4월부터 주택 분양을 시작했으나 현재 100가구 이상이 미분양 상태다.
메리츠증권은 시행사가 기존 건설PF 상환을 위해 추진한 리파이낸싱(대출 재조달)에 참여해 전체 대출을 인수했다. 세루지는 메리츠증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현지 기존 대출 등을 갚을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은 이 맨션이 전체 124가구 중 85가구가 침실 2개 이하, 면적 132㎡ 미만의 소형으로 지어진 것을 고려해 이번 대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소형 주택은 2~3년 안에 미분양이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선 침실 하나짜리 주택이더라도 가격이 평균 27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고가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분양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침실 하나짜리 주택도 한국의 30평 아파트와 비슷한 89㎡에 달하는 점과 맨해튼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이 국내 PF보증 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대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작년 말 인도에서 에델바이스그룹 현지 주택금융 펀드에 4억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환율 위험뿐만 아니라 사업 리스크까지 감수하고 고수익을 노린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시기 벨기에 브뤼셀에서 1조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빌딩을 인수했다. 메리츠증권은 제이알 투자운용과 손잡고 국내 공모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총액 인수에 나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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