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온라인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많은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벤치에 지친 듯 걸터앉아 있는 의료진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이 걸린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의심 환자들을 받다가 잠시 숨을 고르는 장면이었다. 축 늘어진 어깨가 고단한 몸과 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포로’라면 의사 간호사 조무사 등 의료진은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이다. 최악의 경우 목숨까지도 위험할 수 있지만 코로나 퇴치를 위해 불철주야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영웅들이다.
이들의 헌신은 눈물겹다. 방호복은 입고 벗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리고, 입어도 감염을 100% 막을 수는 없다고 한다. 매일 수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고 잠도 부족하다. 퇴근 후에도 사실상 비상 대기 상태다. 장갑 마스크 등의 장비도 부족해 일부는 사비로 충당한다.
그런데도 환자가 넘쳐나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특히 ‘코로나 대폭격’을 당한 대구로 많은 의료인이 몰려들고 있다. 정부가 공식 모집을 시작한 24일 오후부터 25일 오전 10시까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의사 6명, 간호사 32명, 간호조무사 8명, 임상병리사 3명, 행정직 10명 등 59명이 자원했다. 앞서 20일부터 23일까지 대구로 내려간 의료진도 186명에 이른다.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소방관과 다를 바 없다.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의료진 중 최소 20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격리조치된 인원도 300명에 가깝다. ‘어떤 집을 방문하든, 오로지 환자를 돕는 일에만 힘쓸 따름’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흔히들 위대한 의료인으로 슈바이처나 나이팅게일을 떠올리지만, 지금 전국의 의료 현장에서 격전을 치르는 의료인들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백의(白衣)의 영웅’들이다.
《의사 윤한덕》이라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지난해 설 연휴 근무 중 순직한 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일대기를 다뤘다. 간이침대에서 자며 응급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헌신하다 과로사한 고인의 이야기가 담겼다. 특히 그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방지 노력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 의료인들이 있기에 코로나가 꼭 두려운 존재만은 아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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