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거진 LG 건조기 논란 이후 삼성이 치고 올라오면서 박빙 승부가 된 '건조기 1위' 자리를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재격돌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달 5일부터 건조기 신제품 '트롬 건조기 스팀 싱큐'의 판매를 본격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이달 1일 인공지능(AI) 세탁기·건조기 신제품 '그랑데 AI'를 출시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재고가 거의 동난 상태다. 다음달 초 본격적으로 물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올 초 나란히 에어컨을 출시하며 맞붙었던 양사가 3월부터는 건조기로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 세탁부터 건조기까지 '한 몸'…AI 기능 강화한 삼성삼성전자 건조기는 AI 기능 강화로 승부수를 걸었다.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에는 온디바이스 AI(기기 자체에서 습득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AI)와 클라우드AI(외부 클라우드 데이터를 활용하는 AI)가 결합돼 소비자의사용 습관과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별도 구매 가능하지만, 두 제품을 모두 구매해 유선랜이나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올인원 컨트롤'을 통해 세탁기 컨트롤 패널로 건조기까지 조작할 수 있다.
'AI 습관기억' 기능을 통해 세탁기와 건조기는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코스와 옵션을 기억해 우선순위로 제안하기도 한다. 세탁·건조 코스를 매번 일일이 입력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빨래 무게와 오염 정도를 자동 감지하는 'AI 맞춤세탁' 기능도 넣었다. 세탁기가 빨래 무게를 감지해 알맞은 양의 세제를 자동 투입하고 센서가 오염 정도를 인식해 빨래를 진행한다. 시간, 전기, 물 등을 알아서 기기가 조절해 친환경적이란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은 그랑데 AI 출시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관리할 필요 없이 한 몸으로 작동하는 제품은 120년 세탁기 역사 중 처음"이라며 "어떤 (세탁) 코스를 선택해야 할지, 단추 하나만 누르거나 음성 명령만 하면 모든 것을 나를 위해 해주는 기계다운 기계"라고 자신했다.
◆ LG, 건조·
스팀 특허기능 앞세워…"위생 논란도 해결"LG전자는 강점인 건조와 스팀 기능을 앞세웠다. 특허 기술인 '트루스팀(TrueSteam)' 기술이 탑재된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는 3가지 스팀 특화코스로 옷과 침구 등을 세척한다.
△소량의 옷을 따로 세탁하지 않고도 옷감 냄새를 줄이고 가벼운 구김을 완화시키는 '스팀 리프레쉬 코스' △스팀 옵션을 활용해 집먼지 진드기를 없애주는 '침구털기 코스' △볼륨감을 복원하는 동시에 패딩 의류 냄새를 줄여주는 '패딩 리프레쉬 코스'의 스팀 특화코스를 제공한다.
특히 지난해 논란이 일었던 건조기 위생 문제 해결에 역점을 뒀다. 트롬 건조기 스팀 싱큐에는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이 장착돼 건조 코스를 사용할 때마다 건조기가 콘덴서를 자동으로 물로 씻어준다. 고객이 원할 경우 버튼만 누르면 콘덴서를 추가 세척할 수 있다.
LG 역시 AI 기능을 탑재했다. LG 씽큐 앱을 통해 다음달 선보일 인공지능 DD(DirectDrive) 세탁기나 와이파이가 탑재된 LG 세탁기와 '스마트 페어링' 기능으로 연동할 수 있다. 신제품은 연동된 세탁기로부터 세탁 코스에 대한 정보를 받아 건조 코스를 알아서 설정해준다.
건조 방식은 '4세대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 기반의 저온 제습 방식을 채택했다.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는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2개인 대용량 컴프레서를 탑재해 건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여준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차별화된 스팀 기술로 더욱 편리해진 건조기가 차원이 다른 고객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가 1위"…양사 주장 시장점유율 합치면 120%이번 신제품 경쟁은 양사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가릴 '건조기 대전 2라운드' 성격이 강하다.
그간 건조기 시장에서 앞서가던 건 LG전자였다. LG전자는 한때 국내 건조기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다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틈을 타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치고 올라왔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를 겨냥한 건조기 광고에서 "건조기 쓰다 보면 열교환기에 먼지 쌓이는데 직접 청소할 수 있는 거야?"라며 자극했다. 자사 건조기는 수동세척 방식이라 콘덴서에 물이 닿을 수 없어 먼지가 끼지 않고 녹이 슬지 않는 등 성능 저하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LG 트롬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은 사용자가 솔과 같은 도구로 콘덴서를 주기적으로 직접 세척해야 하는 수동세척 방식과 달리 건조 코스를 사용할 때마다 콘덴서를 자동으로 물로 씻어줘 편리하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꾸준히 건조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지난해 말 기준 60% 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LG전자는 건조기 리콜(시정조치) 문제로 지난해 7월 점유율이 50%까지 떨어졌지만 역시 지난해 말 60%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각각 주장하는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120%에 이르는 비정상적 수치가 나온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생활가전 분야의 경우 대부분 제조사들이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양사의 이번 건조기 신제품 경쟁이 누가 '진짜 1위'인지 가릴 진검 승부가 된다는 얘기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