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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영화 '기생충'과 베이비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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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은 한국인으로서 프라이드를 진하게 느끼게 해준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에서 위트와 유머를 통해 자신이 이 시대를 이끄는 감독임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한국은 이번에 산업이나 경제가 아닌, 문화에서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오스카를 네 번이나 뒤엎고도 덤덤해했던 봉 감독에게 축하를 보낸다.

불과 70년 전 한국은 어떠했던가. 전쟁의 폐허에서 반만년 역사의 정신적 코드만 붙잡고 가난과 싸우며 산업화를 이뤘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자유라는 가치를 수호하며 남북 분단의 고통 속에서 생존게임을 잘 마무리했다.

산업화로 경제를 살려낸 것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약 730만 명의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1946~1965년에 태어난 2억6000만 명이 해당되며 인구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풍요를 가져다준 세대로 ‘위대한 세대’라고도 불린다. 일본의 경우 1947년부터 1949년까지 출생한 세대로 일본 경제를 세계 최고로 올려놓은 세대다.

역설적으로 산업화의 주역인 각국의 부머(boomer)들이 만든 위대한 사회가 결국 부의 분배라는 점에서 양극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 예민한 문제는 봉 감독의 놀라운 감수성으로 영화 ‘기생충’으로 태어나 세계인을 감동시킨다. 베이비부머의 준말인 부머는 ‘꼰대’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젊은 사람이 “OK 부머”라고 하면 ‘부머가 꼰대처럼 간섭하는 것’을 비아냥거리는 표현이다.

영화 ‘기생충’은 두 가족의 빈부 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부머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한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진출하는 꿈을 이뤘다. 그런데 부머들이 성취한 경제 중심의 산업화로 변화된 사회는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의 문제가 시작된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당사자인 밀레니얼 세대 등 한국 사회의 전 구성원이 젊은 세대의 문제를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가진 사람이 우산이 없는 사람에게 같이 쓰자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많은 사람이 우산을 갖고 있지 않을 때는 자신의 우산을 접는 게 그들과 공감하는 것이다. ‘기생충’ 수상이 젊은 세대와 은퇴를 시작하는 부머 세대 모두가 힐링할 수 있도록 서로 공감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봉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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