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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지하고 소통…사람을 치유하는 힘은 결국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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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성별·지역에 관계없이 전 세계가 ‘건강’과 ‘더 나은 삶’이란 보편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주 출신 영미권 인기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55·사진)는 18일 서면 인터뷰에서 장편소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마시멜로)이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리아티는 “이 작품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하는 것”이라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존경과 보살핌의 방식으로 자신을 대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리아티는 2013년 소설 《허즈번드 시크릿》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15년 출간돼 ‘모리아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리며 ‘가정 스릴러’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후속작인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과 《정말 지독한 오후》도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10월 국내 출간된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한 달이 지나 교보문고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 출간 4개월이 지난 2월 첫째주 교보문고 소설부문 3위, 예스24에선 4위에 오르는 등 ‘순위 역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서로 알지 못하는 아홉 명의 인물이 고립된 공간 속에서 어떻게 타인을 이해하고 보듬는지 보여준다. ‘고립’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고립은 사람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죠. 등장인물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약하고 추한 모습과 마주하죠. 그런 모습들은 관계에 대한 어떤 통찰력을 줍니다. 하지만 다시 혼잡한 삶으로 돌아가면 그 통찰력은 다시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게 고립의 가치죠.”

소설 속 배경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으로 이름난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이다. 이혼, 사별, 배신, 퇴직 등 삶의 다양한 문제를 안은 아홉 명은 이곳에서 열흘간 명상과 수련을 통해 이전과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쓴다. 처음엔 서로를 낯설게 바라봤지만 예상치 못한 복선과 반전으로 차츰 감춰진 비밀들을 알게 된다. 작가는 “내성적인 사람이나 외향적인 사람이나 모두 함께 살아남기 위해선 인간적인 연결이 필요하다”며 “결국 사람을 치유하는 힘은 사람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평온의 집’이란 느슨한 공동체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개인사와 고민거리, 문제에 개입해 협조하고 또 묵인하며 하나씩 해결해간다. 타인의 개인사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서구식 개인주의 가치체계와는 배치되는 풍경이다. 작가는 “그동안 서구사회가 지나치게 개인주의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그룹 치료의 힘이 더 잘 확립된 것”이라며 “알코올 중독자 재활 모임 프로그램 같은 집단 해결 방식이 서양사회에서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명상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 마약을 통한 환각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작가는 “현실에서 마약 유사 성분을 포함한 일부 치료법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분명 소설 속 방법은 매우 위험했다”며 “독자들이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같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모리아티는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이 자신을 잃어버렸으면 한다”고 했다. “많은 독자가 소설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얻으려고 합니다. 나는 특정 메시지나 주제를 주입하기 위해 소설을 쓰지 않아요.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인생 경험에 따라 각자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동명의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돼 올해 방영될 예정이다. HBO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방영돼 인기를 끈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에 이어 배우 니콜 키드먼이 제작과 주연을 맡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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