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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탈원전' 이어 '탈일본'하겠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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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확실한 ‘탈(脫)일본’을 실현하겠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7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수차례 ‘탈일본’을 강조했다. “소재·부품·장비의 자주 독립을 이루겠다”고도 했다.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부문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탈일본’으로 요약한 이유는 일본의 수출규제 때문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포토레지스트 등 일부 품목에 한해 규제를 소폭 완화했지만 완전히 철회하지 않은 상태다.

일본이 느닷없는 수출 규제로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든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본 경제와 한국 경제를 분리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목표다. 작년 기준으로 일본은 한국의 3위 교역국이다. 2019년 한 해 교역액만 760억107만달러에 달했다. 작년 일본의 한국 투자는 14억30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6.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FDI 규모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전년(4.8%)보다 늘었다. 인적 교류도 마찬가지다. 일본인은 중국인에 이어 한국을 두 번째로 많이 찾고 있다.

한·중·일 간 산업은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동반 성장해왔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향점은 공급망 다변화에 있는 것이지 탈일본에 국한된 게 아니다”며 “탈일본은 다분히 정치적 구호”라고 꼬집었다.

정부 목표대로 2025년까지 소재·부품·장비 100대 핵심 품목에 대한 기술 자립화를 이룬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업계에선 필요에 따라 언제든 일본 기업과 거래할 것이다. 정부 역시 이를 지원하는 게 제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말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동북아 핵심 협력체가 됐다”며 “세 나라는 서로 가치사슬로 연결된 경제적 운명 공동체”라고 말했다.

정부의 탈일본 선언은 ‘탈원전’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 원전 비중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탈원전’‘탈핵’ 등으로 표현했다가 논란이 일자 ‘감(減)원전’을 거쳐 ‘에너지 전환’으로 슬그머니 용어를 바꿨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 원자력 산업을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섣불리 낙인찍은 탓에 별 소득 없이 소모적 논쟁만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몫은 탈일본·탈원전 등 무언가를 배척하는 게 아니라 신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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