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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논설실] 참혹한 '우한 봉쇄'…정교한 사전사후 대책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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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중점 오염지역을 봉쇄하는 것은 전통적인 방법이다. 각종 위험과 도전에 직면하게 될 지라도 이 방법은 여전히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감염병 통제수단으로 꼽힌다. 우한 봉쇄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는 ‘책임지는 대국(大國)’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의 조치가 중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을 보호했다고 지적했다.” (2월3일자 중국 인민망)

“일어나서 도시가 폐쇄됐다는 것을 알았다. 당장은 이게 무슨 뜻인지,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세상이 고요하다. 침묵이 끔찍하다.(…) 눈을 감으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속수무책이었고, 슬펐다. 죽음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갇힌 것은 도시만이 아니다. (SNS 검열 탓에)사람들의 목소리도 갇혀 있다.” (영국 BBC가 최근 공개한 우한 시민의 일기)

◆우한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도시 봉쇄

춘절(春節·중국의 설) 연휴 직전인 1월23일 새벽 2시. 중국 정부는 8시간 후인 오전 10시를 기해 우한(武漢), 황강(黃岡) 등 후베이성 주요 도시들을 봉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후베이성의 성도(省都)인 인구 1100만명의 대도시 우한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들과 차량들이 뒤엉켜 도로는 기능을 잃었고 버스터미널, 기차역, 공항은 마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우한 폐렴)이 잘 통제되고 있다"는 정부 발표를 굳게 믿었던 우한 시민들은 아무런 예고없이 심야시간에 내려진 봉쇄령에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에 빠졌다. 어제(1월22일)까지만 해도 중국 내 어느 지역보다 차분했던 도시에 절망과 분노, 공포가 밀려들었다.

문명국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도시 봉쇄 조치 전후의 상황이다. 런민일보와 환구시보 등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도시봉쇄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결단이자, 전염병을 통제하에 두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인권과 생명을 경시한 중국 정부

'봉쇄'와 '폐쇄'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한 폐렴 확산을 우려하던 중국 다른 지역들과 세계 각국은 중국의 조치에 안도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일부 지역이나 마을이 아닌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 전체를 차단하고 봉쇄하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 그리고 봉쇄된 지역 시민들을 죽음의 공포로 밀어넣은 조치가 종국적으로 전염병 통제에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 휘둘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담당 대표(가우덴 갈레아)조차 AP통신을 통해 "WHO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조치"라고 지적할 정도다. 그는 "내가 알기론 1100만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를 봉쇄한 것은 과학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전에는 공중위생대책으로 시도된 적이 없는데 이것이 효과가 있을지 여부는 현 단계에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봉쇄의 실효성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이런 전면적인 조치는 중국 독재 공산 정부의 전형인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한을 '전염병 지옥'으로 만든 참혹한 봉쇄

실제로 '도시 봉쇄'는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 질병통제역학센터 고문인 크리스토퍼 다이 옥스퍼드대 교수와 티안후아이유 중국 베이징사범대 연구원 등의 국제공동연구팀에 따르면 도시 봉쇄는 우한 폐렴 전파를 불과 2.91일 늦추는데 그쳤다.

중세시대에는 흑사병 등 역병이 돌때 도시를 봉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치료제가 없어 걸리기만 하면 거의 죽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취하는 최후의 조치였다. 다른 지역으로의 전염을 막기 위해 봉쇄지역 인명 손실을 감수하는 방식이다. 봉쇄지역은 밀폐, 무력감 등으로 질병이 더욱 창궐한다.

사망률이 0.2%(WHO 추정)에 불과하고 필리핀 등 일부 나라를 제외하면 중국 이외에는 사망자가 거의 없는 우한 폐렴에 '질병 통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도시 봉쇄)를 내린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생각할 수도 없다.

봉쇄의 대가는 너무 참혹했다. '도시 탈출' 전후의 공황 상태에서 감염자와 보균자가 무방비로 뒤섞이면서 우한이 '전염병 지옥'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우한 지역 내 감염이 급속히 번졌지만 환자를 수용할 적절한 시설과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치료시기를 놓쳐 죽어갔다.

◆사망률 9.6% 사스 사망자 수 넘어선 사망률 0.2% 우한 폐렴

우한 폐렴 사망률은 0.2% 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8명(2월12일 기준) 중 7명이 완치됐다. 초기에 잘 통제한 덕분에 환자 상태는 최악이 몸살 기운 정도를 느낄 정도"(방지환 신종코로나TF 팀장)다.

그렇지만 중국 내 사망자는 1115명(2월12일 오후 11시 기준)이며 이중 우한 등 후베이성 사망자가 약 95%다. 후베이성(3.1%)과 우한(4.1%)의 사망률도 중국 전체 사망률(0.2%)을 크게 웃돈다. 우한 폐렴보다 사망률이 48배 높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망률 9.6%)때 전 세계 사망자 수는 774명이었다.

WHO에 따르면 우한 폐렴은 환자 1명당 평균 전파 인원도 사스보다 적다. 우환 폐렴 환자 1명은 1.4명~2.5명으로 사스(2~4명)에 못 미친다. 우한이 전염병 진원지여서 1차 감염자의 증상이 심하고 2~3차 감염자로 갈수록 증상이 약해진다는 것을 십분 감안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멀쩡한 사람도 환자 만드는 '체육관 병원'

우한과 후베이성의 대규모 희생은 결국 무리한 도시봉쇄의 결과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봉쇄된 지역에서 도시 탈출을 전후로 지역 내 감염이 크게 번졌지만 인력과 시설은 태부족이다.

밀려드는 환자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컨벤션센터와 체육관을 개조한 병원들이 지어졌다. 뻥 뚫린 넓은 공간에 환자용 침대를 다닥다닥 붙여놓았다. 전염병에는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내부 공기를 정화해 배출하는 음압(陰壓)격리 병실이 필요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만들고 죽게 만든다.

인원과 장비가 부족하다보니 병원내 의료진의 감염과 병원을 찾은 일반 환자의 감염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우한에서만 의료진 1000여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한 중난병원에 입원한 환자 138명 중 41%인 57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공포감에 울면서 진료했다"는 현지 의료진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우한 주변 중소도시의 상황은 우한 보다 더 심각하다. 그나마 얼마 없던 의료 장비와 인력들이 우한으로 가면서 일부 지역에선 '진료 공백'이 벌어지고 있다. 어저우 등의 소도시는 사망률이 4.26%로 우한(4.09)보다 높다. 우한과 후베이성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한 중국 정부의 반인권적 도시 봉쇄의 결과는 이처럼 참혹하다. 우한 폐렴이 잦아들고 난 후 세계 의료계는 이번 조치를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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