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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울린 '종로대전'…이낙연 "신분당선 연장" vs 황교안 "경제실정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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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대첩’이 시작됐다. 9일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선언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종로 공실 상가를 찾아 ‘민생경제 심판론’을 부각했다. 이 전 총리는 ‘재개발’ 이슈를 들고 서울 사직동 일대를 돌며 지역 밀착 행보를 이어갔다. 사상 처음으로 대선 지지율 1·2위 후보가 한 지역구에서 맞붙으면서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지만 종로의 민심은 차가웠다. 종로 구민들은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종로를 살릴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黃 “경제 심판” vs 李 “정책 선거”

황 대표는 이날 종각역 근처 젊음의 거리를 찾아 서울에서 공실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종로 상가들을 둘러본 뒤 ‘경제 실정’과 ‘정권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황 대표는 “제가 알던 종로는 경제·정치의 중심지였는데 지금은 옛날의 활력이 다 없어졌다”며 “지역 중심의 경제 정책, 종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로 선거는 후보 간 대결의 장이 아니다. 무지막지한 무법왕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와 민생을 무너뜨린 무능의 왕국 문재인 정권과의 한판 대결”이라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재개발 공약’을 들고 사직동을 방문했다. 용산~고양 삼송 구간 신분당선 연장 추진을 비롯해 첫 번째 지역발전 공약을 내놨다. 이 전 총리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역사문화도시로 종로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선거는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황 대표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간 현장을 다니며 공약의 큰 틀이 다듬어졌다”며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 교통이 원활한 종로, 전통과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종로를 만들고 도시재생사업도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각 당의 장외 공세도 치열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국당은 이 전 총리의 주택 보유를 투기로 몰아붙였는데, 이보다 15억원이나 더 비싼 황 대표의 서초구 자택 처리 과정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도 논평을 내고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와 트집잡기만으로 선거를 치르는 시대는 지났다”며 “종로 선거는 무능한 문재인 정권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한국당의 진검승부”라고 밝혔다.


‘정치 1번지’ 종로의 엇갈린 표심

대통령만 세 명을 배출한 ‘정치 1번지’답게 종로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지역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황 대표를 지지하는 구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이유로 꼽았다.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안모씨(62)는 “1년마다 매출이 줄고 있어 무력감을 느끼는데 공직자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황 대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스마트폰 부품장사를 하는 강신우 씨는 “몇 년 전 이곳에 있던 가게가 96개였는데 지금은 20개로 줄었다”며 “장사는 점점 안 되는데 의료보험료는 매달 오른다. 이런 경우가 어딨나, 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구민들은 “황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민모씨(32)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황 대표인데 아직까지 그 문제가 청산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통인시장을 찾은 취업준비생 신모씨(27)는 “종로에 사는 젊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전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있는 황 대표에 대한 비호감이 크다”며 “황 대표가 종로를 위해 일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큰코다칠 것”

지난 20대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사람은 당선된 정세균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오세훈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전문가들은 오 후보의 패배 원인으로 “종로 후보가 아니라 대선 후보처럼 총선을 준비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낙원상가 앞에서 옷장사를 하는 박모씨(77)는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만 믿고 지역 연고가 없는 잠룡들이 몰린다”며 “이번에도 종로에 집중하지 않고 대선 후보처럼 굴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에서 30년 넘게 택시운전을 해 ‘종로 모범운전사’로 선정된 박모씨(75)는 “종로는 쉽게 말해 ‘짬뽕’ 같은 곳”이라며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표심이 모이는 지역이라 당선을 ‘따 놓은 당상’처럼 여기다가는 무조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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