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5일 정례 브리핑에선 방역 물품을 지원한 21개국을 거명하며 한국에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전날 일본만을 향한 ‘특별한 감사’를 표현한 것과 비교돼 눈길을 끌었다.
화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 21개국으로부터 방역 물품을 지원받았다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이들 나라에 모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질의응답 중 “많은 일본 네티즌들이 주일 중국대사관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남긴 응원 댓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지와 이해에 감사하고,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이처럼 일본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를 두고 ‘오랜 숙적에 대한 보기 드문 발언’이었다고 했을 정도다.
화 대변인은 “일본은 매우 초기에 우리를 돕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밝혔다”며 마스크와 방호복 등 일본이 보낸 구호품을 일일이 열거했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약 두 배의 구호품을 보냈기 때문에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깊은 감사를 한 데 대해 해석이 분주해졌다.
성균중국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입국 금지 청와대 청원 등의 소식이 중국의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며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이 의리가 없다고 비난하는 댓글이 점차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본도 한국과 똑같은 수준의 입국 제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여 개 한국 기업이 중국에 보낸 성금과 구호 물품은 약 8926만 위안(약 151억 4500만원) 상당이다. 일본의 후원액(4652만 위안)보다 훨씬 많다.
의료 물품 지원 소식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는 등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를 두고 “지금 국민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데 중국에 마스크를 보내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장을 지원한다는 최근 일부 언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우한 지역에 긴급 지원된 마스크 200만장 등 의료용품은 중국 유학생 모임의 자발적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며 “우한 지역에 교통편이 차단돼 물품을 전달할 방안이 없으므로 정부가 교민수송 임시 항공편 및 전세 화물기편으로 운송을 지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달 30일에 발표한 500만불 규모의 대중국 긴급 지원 계획에 따라 충칭시에 긴급 인도적 지원 목적의 마스크, 방호복 3만 세트를 지원했다”며 “향후 다른 지역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구호물품에 대한 국내 수급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칭은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과 인접한 대도시로, 현재 확진자 수가 300명을 넘은 상태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임시 화물기를 띄워 마스크를 긴급 지원했다.
지난 3일 밤 우한으로 떠났다가 4일 아침 국내로 돌아온 아시아나 화물기에는 방호복과 보호경도 각각 6만~7만개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성균중국연구소가 CCTV 보도를 인용해 밝힌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의 사망률은 약 2.3~2.4%이고 환자가 몰리는 우한의 사망률이 타지역보다 높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A형 조류독감, 메르스 발생 당시보다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일반적인 유행성 독감에 비해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우한아동병원 관계자는 중국 CCTV에 "2명의 영아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가운데 한명은 태어난 지 30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신생아"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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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