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필기시험을 치를 예정인 농협은행(농협중앙회)가 필기시험 날짜를 2주뒤인 이달 23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두명 추가되면서 당초 ‘강행’에서 ‘연기’로 바뀐 것이다. NH농협 인사부는 지난 4~5일 이틀간 ‘시험 강행’여부를 놓고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라 수험생들의 안전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강행과 취소를 놓고 실무자들간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수험생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연기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새로운 필기시험 일정은 이날 오후 4시 농협 채용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아울러 수험생들에게 개별 문자도 통보했다. NH농협은 올해 초 농협은행 280명, 농협중앙회 30명을 뽑는 채용공고를 냈다. 서류전형을 통해 지난달 31일 필기시험 대상자 6000여명을 발표하고 이달 9일 필기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설 연휴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각종 단체모임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급기야 농협 인사부도 필기시험 연장을 결정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취업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의 필기시험 연기는 향후 다른 기업 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달과 다음달초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은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시험, 입법 고등고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산교통공사 등이다.
6일까지 5급 공채 지원서를 받는 인사혁신처는 당초 계획대로 필기시험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5급 공채와 외교관후보자 필기시험은 이달 29일, 9급 공무원시험 필기시험은 다음달 28일에 예정돼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시험 5급·7급·9급 일정이 연중 꽉 짜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정을 연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험당일 수험생들의 보건 안전을 위해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신분 확인을 제외하고는 시험시간에도 마스크 착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온라인 원서를 접수중인 코레일, 전기안전공사, 부산교통공사도 당초 예정대로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 세 기관은 이번 채용에서 1662명의 대규모 인력을 뽑는다. 그만큼 지원자 규모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의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는 4만여명이 지원한 바 있다. 이달 23일 필기시험이 예정된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역에는 아직까지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사례가 없어 필기시험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내 인력수요와 맞물려 있어 채용일정을 연기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수험생들은 전원 고사장에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된다. 고사장 입실 전에는 응시자를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이상 증상 유무를 확인키로 했다. 또한 전 고사장에 보건안전센터를 설치해 응시자의 진료를 도울 예정이다.
850명을 선발할 예정인 코레일의 필기시험은 내달 21일. 이 때문에 코레일은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신규수 코레일 인사운영처 부장은 “원서접수와 필기시험 사이에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 추이를 봐가며 시험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1일 필기시험을 실시하는 전기안전공사 인사담당자는 “예정대로 필기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연초 올해 340개 공공기관들이 모두 2만5653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의 채용이 3~4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3월말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는 “사태추이를 봐가며 채용공고 시기를 조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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