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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받아 종부세 내자"…강남 반전세값 상승률 역대 최고 [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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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전용 50㎡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전용 84㎡ 중고아파트를 소유한 이모 씨(66)는 작년 3000만원이 넘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냈다. 최근 2~3년 새 세금은 2배 넘게 올랐다. 거래하는 세무사로부터 올해 보유세는 작년 대비 2배 이상 뛸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씨는 세금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올리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판단해 중고아파트를 전세에서 보증부월세(반전세)로 돌렸다. 이 씨는 “부부가 모두 정년 퇴직해 일정한 수입이 없는데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만 셋”이라며 “내야할 세금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종부세만 7000만원 가까이 될 것이란 말을 들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반전세·반월세 등 전세보증금과 함께 매달 월세를 내는 임대차 거래가 늘고 있다. 이 씨처럼 보유세 인상분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집주인이 많아져서다. 강남권 반전세 가격지수는 변동률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강남 반전세 지수 상승률 역대 최고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에서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받는 보증부월세 가격지수 변동률이 지난달 0.23% 상승했다. 최근 4년 새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0.79%), 서초(0.50%) 등 강남권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반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달 0.52%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인 2015년 9월 월간 변동률(0.52%)을 따라잡았다. 보증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어치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양도세 실거주 요건 강화 등 정부의 잇단 규제로 전세 매물은 잠기는데 반해 청약 대기 수요 증가, 대입 정시 확대 등으로 수요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등 학군 인기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지면서 최근 두달 새 전셋값이 2억원 이상 폭등했다. 전세 물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낀 매물을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값은 물론 보증부월세 가격도 크게 올랐다. 까다로워진 전세대출도 세입자들이 보증부월세를 선택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반포동의 B공인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하고 값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감당을 못하는 세입자들이 많다”며 “울며겨자먹기로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는 대신 보증금의 일부는 월세로 내는 계약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유세 부담이 무거워지면서 이를 월세로 충당하려는 분위기도 보증부월세거래를 부추긴다. 대치동 K공인 대표는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나와서 부담이 된다’며 기존에 내놨던 전셋집을 보증부월세로 전환한 집주인이 여럿 있다”며 “지금 나와있는 매물 10건 중 9건이 월세나 보증부월세”라고 말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도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계약 갱신을 할 때 전세가격 상승분 만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꽤 있다”며 “자녀 학군 사교육 등을 고려해 기존 집에서 살고 싶어하는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택할 이유 없다”

집주인들 사이에선 “굳이 전세를 택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월세를 일부 낀 형태로 내놔도 거래가 잘 돼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매물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임대차시장이 ‘집주인 우위’로 급변했다”며 “내년부터 신규 입주물량이 더 줄어들 예정이어서 세입자는 집주인이 하자는 대로 끌려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증부월세 거래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보유세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12·16대책에 따라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세율은 최대 0.8%포인트까지 오른다. 명목상으로는 집주인들이 세금을 내지만 결과적으로는 세입자가 세금을 부담하는 꼴이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보유세 인상 속도가 워낙 가팔라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세금부담을 전가시키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며 “입주물량 부족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세금 부담 전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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