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매출 1조원의 ‘허들’을 넘지 못하는 것이 한국 산업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중소·중견기업의 꿈인 ‘1조클럽’ 가입은 글로벌 기업들과 겨뤄볼 만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통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의 ‘허리’를 두텁게 한다는 점에서 매출 1조원대 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3일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견기업 가운데 매출이 1조원을 넘긴 업체는 2017년 111개, 2018년 110개로 정체 상태다. 지난해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1조클럽 가입 기업 수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소기업만큼 정책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 환경은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1조클럽 가입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 커지면서 늘어나는 각종 규제 속에서도 외형 확장을 멈추지 않는 기업들이다.
보안 솔루션 기업인 아이디스, 교육콘텐츠업체 웅진씽크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진출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캠시스(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제조) SK매직(렌털) 쿠쿠(종합생활가전) 태평양물산(의류) 한솔테크닉스(전자부품) 등도 수년 안에 1조클럽 달성이 유력한 후보 기업으로 꼽힌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중견기업 육성은 청년실업, 대기업 의존적인 경제, 수출 감소 등 다양한 경제 현안을 풀어내는 열쇠”라며 “매출이 1조원을 넘는 중견기업을 200개 이상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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