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해온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19만3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취약계층의 고용불안이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와 ‘정책 과속으로 인건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고용안정성을 높였지만, 민간부문에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키우고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다 보니 비정규직이 전례없이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표 94% 달성했지만 곳곳 갈등
지난해 말 기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부문 근로자는 총 19만3252명이다. 정부가 올해까지 목표로 세운 20만5000명 대비 94.2% 수준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모범적 사용자로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왔다”며 “2017년 7월 이후 기간제 7만3000명, 파견·용역 12만 명 등 비정규직 19만여 명의 고용안정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공공부문 기관 853곳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사업 실적을 담았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지방공기업·지방자치단체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 자회사 △민간위탁 사업 등 3단계로 나눠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정규직 전환 방식은 직접 고용과 자회사 전환,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설립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대상 근로자의 임금은 월 20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5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1815명을 조사한 결과 정규직 전환 전과 비교해 연간 평균임금이 391만원(16.3%) 증가했다.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공기관 곳곳에서는 전환 방식과 처우 문제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청년들의 구직 기회를 박탈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직접 상관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임 차관은 “정규직화는 대부분 청소·용역 등 시설관리 분야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직종은 공개채용 방식을 통하기 때문에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청년 채용을 악화시켰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민간 비정규직 비중 12년 만에 최고
정규직 전환 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공공기관 임직원 수(정원)는 전년보다 약 2만9000명 늘어난 41만1900여 명에 달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늘렸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정규직 전환 정책도 한몫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는 2018년 말 기준 17만5000여 명에서 지난해 말 19만3000여 명으로 약 1만8000명 순증했다.
반면 비슷한 기간 민간부문에서의 비정규직 비중은 크게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은 748만1000여 명으로 전년보다 86만7000명가량 급증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6.4%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공공기관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인건비 부담도 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54곳의 인건비는 27조7444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10.8% 증가한 금액이다.
정부는 재정을 통한 공공일자리 정책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재정을 퍼부어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공일자리 정책은 가능하면 목표를 초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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