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로 시작해 코비로 끝을 맺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총상금 730만달러)은 지난달 27일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추억과 함께 3일 막을 내렸다. 종목은 달랐지만 스포츠 영웅을 떠나보내는 팬들의 마음은 같았다.
저스틴 토머스(미국), 토니 피나우(미국)는 코비의 생전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나와 샷을 날렸다. 피나우는 ‘콜로세움’이 있는 16번홀(파3)에서 두 번이나 버디를 잡았고, 그때마다 농구슛 세리머니로 ‘우상’을 추모했다. 키 193㎝인 피나우는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를 하다 골프로 전향했다.
토머스는 웨지에 코비의 애칭 ‘블랙 맘바’를 새겨 나흘을 뛰었다. 그는 “코비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회장인 TPC 스코츠데일(파71·7260야드)은 좀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코비가 생전 LA레이커스에서 뛸 때 달았던 등번호 8과 24에 맞춰 16번홀 위치를 정했다. 그린 입구에서 스물네 걸음, 그린 왼쪽에서 여덟 걸음을 걸어간 자리에 홀컵을 만들었다.
피나우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한때 2타 차까지 2위그룹을 밀어냈지만 뒤에서 쫓아온 웹 심슨(미국·사진)에게 덜미가 잡혔다. 17언더파 동타. 심슨은 마지막 2개홀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아내 피나우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그러고는 18번홀 때와 똑같은 3m짜리 버디를 잡아내 통산 6승을 확정했다. 2016년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피나우는 챔피언 트로피 대신 준우승 기록을 여섯 번으로 늘렸다. 장활영 프로(PGA투어 해설위원)는 “징크스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2년 US오픈 우승자인 심슨은 네 번의 준우승 끝에 긴 무관의 세월을 씻어냈다. 심슨은 우승 직후 “그동안 번번이 우승을 놓쳤지만 그때마다 배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병훈(28)이 11언더파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샌더슨팜스 챔피언십 3위, 10월 CJ컵나인브릿지 6위, 조조 챔피언십 8위에 이은 시즌 네 번째 ‘톱10’이다. 10개 대회 연속 커트 통과에 성공한 임성재(22)가 8언더파 공동 34위에 올랐다. 강성훈(33)이 2언더파 공동 52위, 최경주(50)가 1언더파 공동 55위를 기록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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