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자골프의 키워드는 ‘재기’ 또는 ‘부활’이다. 골프 팬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왕년의 스타’들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이들이 새 시즌에 옛 영광을 되찾을지 여부에 팬들의 눈과 귀가 쏠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선 최나연(33),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선 ‘원조 필드 패셔니스타’ 안신애(30),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홍진주(37) 장수연(26) 등이 “올해는 반드시 암흑기를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배수진 친 최나연
최나연은 한때 세계랭킹 2위에 오르며 LPGA투어를 대표한 선수였다. 올해는 마음을 비우고 신인의 자세로 매 대회에 출전한다는 계획이다. 2020시즌은 최나연이 시드 걱정 없이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 가능한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않으면 다음 시즌엔 순위전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어야만 시드를 유지한다. 최나연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시드전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미련 없이 내려놓겠다”고 했다. 올 시즌 성적이 나지 않으면 은퇴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2018년 5개 대회를 뛰고 LPGA투어 사무국에 병가를 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이다. 허리 통증에 발목이 잡혔다. 선수 기간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드라이버 입스’가 생길 정도였다. 허리 통증이 없어지면서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잃었던 비거리도 어느 정도 되찾았다. 캐리 거리로 230야드 정도 보낸다. 겨우내 구슬땀을 흘린 그는 “이젠 정확성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원조 패셔니스타’ 안신애, 日투어 출격
팬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던 안신애도 새해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J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에서 25위를 기록하며 ‘전반기 풀시드’를 확보했다. JLPGA투어는 QT 35위까지 이듬해 전반기 대회 출전권을 준다. 이후 순위는 ‘대기자’로 매주 빈자리가 생겨야 대회 출전을 노릴 수 있다.
올해는 안신애에게 일본 첫 공식 ‘루키 시즌’이다. JLPGA투어 QT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다. 지금까지는 ‘부분 시드권’을 쥔 상태에서 스폰서 초청 선수로 뛰거나 예비 번호를 받고 경기했다. 2019시즌 QT에선 공동 51위를 기록해 21개 대회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2020시즌 전반기에 성적을 내면 연말까지 훨씬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필드 위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스타성이 큰 선수인 만큼 예전의 실력만 되찾으면 된다. 그는 전성기 시절을 보낸 K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총 3승을 거뒀다. 안신애는 “올해 루키로 다시 출발하게 돼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KLPGA 돌아온 맏언니 홍진주
KLPGA투어에선 ‘맏언니’ 홍진주가 재기를 노린다. LPGA투어와 JLPGA투어, KLPGA투어 1부 무대에서만 11시즌을 누빈 베테랑이다.
그는 2018시즌 상금랭킹 68위에 그쳐 시드를 잃었고, 시드전에서도 부진해 2019시즌을 드림투어에서 보냈다. 7세 아들을 둔 ‘골프맘’의 복귀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홍진주는 ‘1부투어만큼 경쟁이 살벌하다’는 2부투어(드림투어)를 거쳐 다시 정규투어로 돌아왔다. 2부투어 상금랭킹 20위까지 주는 풀시드를 15위로 따냈다.
홍진주는 “시드를 지키는 게 최우선 목표고 그다음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이라며 “체력 중요성을 점점 더 절실하게 깨달아 겨울 전지훈련 기간을 줄여서라도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다짐했다.
2017년 9월 메이저대회 KLPGA챔피언십 우승을 끝으로 자취를 감춘 장수연도 2020시즌 주목할 선수다. 새 후원사(동부건설)와 인연을 맺은 그는 평소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전지훈련을 떠나며 칼을 갈고 있다.
스타 골퍼인 유현주(26)는 지난해 11월 열린 KLPGA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35위에 올라 정규투어 복귀를 확정했다. 시즌 전체 대회 중 절반이 넘는 20여 개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그는 “시드 순위전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했다”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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