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나겠다면서 '보직 사임원'을 제출하자 외상센터 이전 이슈까지 불거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 교수가 아주대병원에서 계속 가르치겠다고 의지를 내비친 바 있지만, 권역외상센터의 이전과 함께 병원을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1일 아주대병원 등에 따르면 이 교수는 이틀 전 전자 결재를 통해 보직 사임원을 제출했다. 직접 병원에 나와 사직서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의 보직 사임원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미 언론사 인터뷰에서 외상센터장 사임 후 학생들을 가르치는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외상센터 수술대에 서는 일은 더이상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보직을 내려놓고 의과대학 일반 교수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전념하겠다"고 했다.
아주대병원 측은 <한경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병원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보직 사임원이지 교수직 사표가 아니다"라며 "권역외상센터장을 그만두는 것이지 아주대병원 소속 교수직은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보직 사임 소식과 동시에 일각에선 다른 병원으로 외상센터를 이전하기 위한 사전 사임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극구 부인하고 있는 중이다. 앞서 그는 "다른 병원으로 외상센터 이전을 내정해 놓고 이국종이가 이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데 죽어도 한국에선 두 번 다시 이거 안 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 교수의 후임 외상센터장 임명 등에 대해서도 결정된 것이 없다. 당분간 외상센터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이유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과거 의사 3명, 간호사 2명으로 꾸려져 24시간을 운영하던 과거 아주대병원 중증외상 특성화센터 시기부터 이 교수의 역할이 절대적인 곳이다.
이 교수는 얼마 전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이 퍼부은 욕설 파일이 공개되면서 이 교수와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이 교수는 2010년 8월 중증외상 특성화센터장으로 임명됐고 2011년 1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면서 '의료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후 아주대병원은 경기도와 손잡고 중증 외상환자에 대한 신속한 처치 및 이송을 위한 '중증환자 더 살리기 프로젝트'(일명 석해균 프로젝트)를 도입, 2013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됐다. 아주대병원에는 2016년 지하 2층, 지상 6층에 연면적 1만944㎡ 규모로 중환자실 40병상 등 100병상을 갖춘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가 문을 열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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