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되자 국회에서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뒷북 입법’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검역법 개정안과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검역법 개정안은 감염병 발생 지역에서의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상으로 마스크를 지급하는 내용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담았다. 유의동 새로운보수당 의원도 같은 법 개정안을 내면서 제4급 감염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치권에선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보여주기식 발의가 이뤄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여야는 관련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했다. 메르스 사태가 진행된 그해 5~7월까지 관련 발의 건수만 30건에 달한다. 입법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한참 후인 2015년 말에 마무리됐고, 이 가운데 30%(9건)는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반면 정작 정부가 입법을 호소하고 있는 검역법 개정안은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검역법 개정안은 검역 조사를 항공기 선박 육로 등으로 세분화하고 권역별 거점 검역소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국회 복지위에서 열린 우한 폐렴 현안 보고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해 보다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인 검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안타깝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야는 우한 폐렴 사태를 두고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에서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며 “국민 불안과 공포는 아랑곳없이 중국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위 소속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017년 이후 예산 심의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신종 감염병 관련 현장 검역 인력 충원 예산이 삭감됐다”고 야당을 공격했다. 정부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현장 검역 인력 55명을 확충할 수 있는 예산안을 올렸지만 야당이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면서 삭감했다는 주장이다.
조미현/성상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