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부동산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병이 창궐하는 기미만 보여도 거래가 경색될 수밖에 없어서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월세 거래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9일 서울 마포와 용산, 성동 등 강북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부동산시장에도 번지고 있다. 마포 A공인 관계자는 “매도자와 매수인 모두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아직 영향을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산 B공인 관계자도 “감염자가 더욱 늘어나게 되면 중개업소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된다”면서 “고객 대응을 고려하면 마스크를 끼고 영업하는 게 힘든 여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포동 C공인 관계자는 “보모들이 중국동포인 경우가 많아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벌써 말이 돌고 있다”며 “감염에 대한 걱정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압구정동 D공인 관계자는 “손님들은 신경쓰지 않는 눈치지만 주민 대부분은 이미 마스크를 쓰고 다닐 정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거래하기 위해선 낯선 사람을 집 안으로 들이는 상황이 필연적이다. 감염병이 확산할 경우 거래가 냉각되는 등 부동산시장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거래량마저 더욱 감소할 경우 매매가격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봄 이사철을 앞둔 전·월세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통상 전·월세시장은 새 학기 시작을 앞둔 이맘때가 막바지 계약철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2015년 봄에도 이 같은 불안감이 부동산시장을 덮쳤다. 당시 경기 동탄2신도시에 전셋집을 마련한 이모 씨는 “한 달 뒤에나 집을 보러 오라는 집주인도 있었다”면서 “메르스가 전셋집을 구하는 데 영향을 미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 개관 등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행사의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메르스가 번지던 5년 전에도 모델하우스 개관 단지가 한 주 만에 20곳에서 7곳으로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1~3주가량 조정했다. 설 연휴와 청약업무 이관 등으로 연초 분양을 미루던 단지들의 일정이 더 늦어질 수 있는 셈이다.
총회가 예정된 재개발·재건축조합은 비상이다. 메르스가 유행하던 당시 강남의 한 재건축 총회에 감염자가 다녀가면서 조합 전체가 발칵 뒤집힌 사례가 있어서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1565명이 모두 자가격리된 바 있다. 다음달 총회를 앞둔 강남권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면서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는 이날 기준 4명으로 전날과 비교해 늘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유증상자 신고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원지인 중국에선 확진자 수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넘어섰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5974명으로 2003년 발생한 사스(5300여명) 때보다 많다. 사망자 수는 132명이다.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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