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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만 보면 전셋값 떨어지는 게 맞는데…"우리 집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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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통계 수치들이 전셋값 약세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전국 집세지수가 하락했고, 전세자금 대출도 주춤해졌다. 특히 전세자금의 경우, 정부가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도 예외없이 금지하겠다고 밝혀 수치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서울 전셋값을 고려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비록 설 연휴가 겹치면서 주춤했지만, 시장에 나와있는 전세물건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 강세는 여전한데다 물건마저 줄고 있다. 소유주 2년 거주 시 양도세 혜택까지 겹치면서 소유주들이 입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세보다는 월세 희망하는 임대인들도 나오면서 전세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 통계청 "전국 집세지수, 14년 만에 하락"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품목 성질별 소비자물가조사에서 지난해 집세 지수는 104.04(2015년=100)로, 전년보다 0.1% 하락했다. 전국 집세 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2005년(-0.2%) 이후 14년 만이다.

전체 수치만 놓고보면 떨어졌지만, 전세와 월세를 분리하고 서울과 지방을 분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떨어진 건 월세 지수와 지방이고, 전세 지수과 서울은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만 상승률이 전보다 낮아진 면은 있다.

지난해 전세는 0.2% 상승했다. 그나마 상승폭은 2005년(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집세가 0.3% 상승했다. 울산은 2.2% 하락하면서 2000년(2.9%)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산 집세가 0.5% 내렸고 대전(-0.2%), 대구(-0.1%)에서도 하락했다. 경기도의 집세도 0.1% 하락했는데, 내림세로 돌아선 건 2005년(-0.6%)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지수통계는 한국감정원의 통계와도 차이를 보인다. 감정원은 전국 아파트의 전셋값은 지난해 1.78% 하락했고, 전년(-2.87%)보다 하락세가 완화됐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은 0.69% 떨어져 전년(-0.03%)보다 하락폭을 늘렸다고 했다. 물론 주택까지 포함된 수치와 아파트만 놓고 보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파트가 부동산 흐름을 주도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어긋나는 수치는 의아한 부분이다.

◆ "전세자금 대출 증가율, 확실한 감소추세"

확실에게 떨어지는 수치는 전세자금 대출의 증가율이다. 대출 규제책이 매년 발표되고 조건을 까다롭게 규정하던 끝에 '대출 금지'라는 초강수까지 두고 있어서다.

실제 시중은행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전세자금 대출은 주춤해지는 추세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80조4581억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1.8%(1조4169억원) 증가했고, 전체적으로는 2018년보다 27.3%(17조2553억원) 늘었난 수준이다. 80조원을 넘다보니 숫자가 커진 것 같지만 증가율만 보면 위축됐다. 2018년에는 전년대비 41.9%, 18조6493억원이 증가했다.

전세금을 마련할 자금줄을 차단한건 2018년부터였다. 전세자금대출은 2018년 발표된 9·13 대책에 포함됐다. 1주택자는 부부합산 소득 1억원까지만 공적 보증을 제공하고, 2주택 이상은 아예 공적 보증을 제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실거래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전세자금 대출 신규 보증이나 기존 보증의 기한 연장을 제한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는 민간 보증에서도 9억원 초과 고가 주택 보유자에 보증을 제한하기로 했다.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고가주택 보유자는 전세대출을 받기는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예외'도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상속으로 시각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물려받거나 다주택자가 됐더라도 전세대출은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들은 고가주택이나 다주택 보유 상황을 해소해야 새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상속에 따른 고가주택·다주택 보유자가 6개월 이내에 해당 고가주택이나 1주택 초과분을 처분하겠다고 약속(확약서 서명)할 경우에만 만기 연장을 허용해준다.

◆ 서울·수도권, 학군 선호지역 중심 전셋값 상승 '여전'

그렇다고 시장에서 전세가 후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명절을 앞두고 전세시장은 문의와 거래가 주춤해졌지만, 상승흐름은 이어가고 있어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면서 학군이나 직주근접 지역을 따라 이사하는 수요는 꾸준한 상태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재개발 이주수요까지 겹쳤다. 전세품귀도 심해지면서 반전세를 선택하는 수요도 증가 추세다.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1월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5% 상승해 1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0.08%)과 5개 광역시(0.05%)는 상승했고, 기타 지방(0.00%)은 보합을 나타냈다. 서울(0.10%), 경기(0.07%)는 올랐다. 5개 광역시는 대전(0.16%)과 대구(0.07%), 울산(0.04%)은 상승했고, 부산과 광주(0.00%)는 보합이다.

서울은 전주대비 0.10% 상승하면서 28주 연속 전셋값이 뛰고 있다. 영등포구(0.50%), 강남구(0.28%), 양천구(0.18%), 강북구(0.17%) 등이 상대적으로 상승했다. 직주근접인 영등포구와 강북구가 올랐고 학군과 학원이 몰려있는 강남구와 양천구의 강세가 꾸준하다. 강북은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와 수유동 벽산이 250만~1000만원 상승했다.

경기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전주대비 상승(0.07%)했고 인천도 오름세(0.07%)를 나
타냈다. 용인 수지구(0.46%), 수원 영통구(0.25%), 안양 동안구(0.18%) 등이 눈에 띄게 올랐다. 용인 수지구 역시 신학기 수요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안양 동안구는 비산동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5~6월 이주 시작이 예상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평촌동 일대 단지들은 학군 수요가 많은데 비해 올해 입주 예정인 물량이 없어 전세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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