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3일 단행한 검찰 인사를 놓고 변호사들끼리 갈등이 불거졌다. 법무부가 이번 인사에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우수검사로 선정된 검사를 우대했다고 밝히자 대한변협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될 2차 인사대학살을 지지한 대한변협을 규탄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법무부는 이날 ‘인권·민생·법치를 위한 2020년 상반기 검사 인사’라는 이름으로 고검검사급 검사 257명,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인사를 다음달 3일자로 단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요청했던 대검찰청의 중간간부 유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비위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차장 검사들은 지방으로 떠나게 됐다.
법무부는 “인권·민생 중심의 검찰 업무 수행 및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진용을 완비했다”며 “고검검사급 검사에 대하여는 검사장 승진 등에 따른 공석 충원과 검찰개혁 법령 제·개정 및 직제 개편에 따른 후속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의 특징을 4가지로 정리했다. △인권·민생 중심의 형사부 및 공판부 검사 등 우대 △파견축소 및 우수검사 전국 균형배치 등으로 일선 역량 강화 △여성 검사 발탁 및 출산·육아 등 인사고충 적극 반영 △대한변협 선정 우수검사 우대 △현안사건 수사 및 공판의 연속성 고려 △수사전문성 유지·강화 및 전문검사 발탁 △인권감독관 전면 확대 △조직의 안정성 도모 및 일선 강화 등이다.
대한변협은 이 가운데 ‘대한변협 선정 우수검사 우대’라는 부문을 환영한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대한변협은 이찬희 협회장 이름으로 낸 보도자료에서 “법무부는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보장과 변론권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은 대한변협 선정 우수 수사 및 공판검사들을 대거 중용했다”며 “대한변협의 검사평가 결과를 적극 반영한 이번 검찰 인사를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사평가결과를 대폭 반영한 이번 검찰 인사를 환영하며 앞으로도 국민의 인권보장과 변론권 확대를 위해 마련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사평가제도가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변함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변협의 보도자료에 한변이 발끈했다. 한변은 법무부의 인사와 이번 인사를 환영한 대한변협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변은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가 오늘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얼마 전에 있은 검사장급 검사인사에 이은 2차 검찰 학살의 인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현 정권의 각종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지검의 수사팀장인 각 차장·부장검사들과 이를 지휘하는 대검찰청의 주요 과장들을 모두 유배하거나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며 “이런 인사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직접 수사부서 폐지·축소와 검찰총장의 특수단 설치 제한 장치까지 만드는 등 윤석열 총장에 대한 3중 방어막을 설치하여 윤 총장이 정권 상대 수사를 할 수 없도록 완전 고립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권의 썩은내 진동하는 비리를 덮기위해 이토록 집요하고 비열하게 권력을 휘두른 예는 일찌기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변은 또한 “더욱 한심한 것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러한 검찰인사를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라며 “과연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여 3만 변호사들의 대표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변소속 변호사들은 추미애를 앞세워 문 정권이 자행한 이번 1ㆍ2차 검찰학살 인사는 대한민국 검찰과 법치유린의 가장 씻기힘든 흑역사로 기록될 것임을 확신”며 “윤 총장을 비롯한 대다수 검사들이 인사의 불이익이나 기타 정권의 각종 검찰장악 수단에도 흔들림없이 의연하게 정권비리에 대한 수사 등 검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끝을 맺었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대한변협이 이번 검사 인사를 환영한데 대해 변호사들끼리 논쟁이 벌어진 게 사실”이라며 “굳이 한변 소속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일부 변호사들은 대한변협에 항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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