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시내 기차역에서 귀성 인사를 하며 4·15 총선 표심 잡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경제’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성장률 2% 선을 지켰다”며 “앞으로도 민생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사회주의 경제 실험’이 20년 만에 성장 쇼크를 불러일으켰다”며 총선을 통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與 “한국당, ‘정치 정상화’ 길로 나와라”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호남선 출발역인 용산역을 찾아 시민들과 악수하며 귀성 인사를 했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은 ‘언제나 국민과 함께’라고 적힌 흰색 어깨띠를 두르고 역 플랫폼에 서서 귀성객에게 손을 흔들었다. ‘민생 중심’이라고 적힌 손팻말도 들었다. 예년과 달리 시민들에게 돌릴 홍보물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보다 먼저 역사에 나온 장애인 인권 단체 회원 수십 명은 이 대표의 지난 15일 ‘장애인 비하’ 발언에 항의하며 플랫폼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15분가량의 짧은 귀성 인사를 마친 뒤 간신히 역에서 빠져나왔다. 이 대표는 시위 단체들에 “장애인을 낮게 보고 한 말은 아니었다”며 “내 말로 여러 가지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드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민생’을 강조하며 한국당을 향해 “2월 임시국회를 열자”고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고 좋은 정책으로 우리 모두 경쟁할 때”라며 “한국당이 ‘정치 정상화’의 길로 나오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또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척박한 서민 경제에 활력을 줄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경제성장률 2% 선을 지켰다”며 “당정은 재정에 있어 책임 있는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경찰 개혁 법안 등을 처리하자고 한국당에 요구했다.
한국당, 文정부 ‘경제 실정론’ 부각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이 경부선 출발역인 서울역을 찾아 시민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의 인사를 건넸다. 현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 50여 명도 함께했다. 빨간색 목도리나 점퍼를 착용한 한국당 지도부가 역사(驛舍)에 들어서자 진보 단체 회원 세 명이 ‘헤쳐 모여 도로새누리당’ ‘당당하게 종로에서 출마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귀성 인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힘들지만, 희망을 가지고 고향에 내려가시는 것을 보며 박수를 보냈다”며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분도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도 “작년 경제성장률은 20년 만의 쇼크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무서운 것이 이 정권의 사회주의 경제 실험”이라며 현 정부 ‘경제 실정론’을 부각했다.
그는 ‘설 연휴 뒤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적절치 않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자유 우파가 함께 힘을 모으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새보수당은 한국당보다 앞서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새로운 보수’라는 어깨띠를 두른 유 의원은 “매년 설마다 서울역 등지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며 “경제, 안보 등 모든 일이 어려워서 그런지 올해 설은 많은 분의 표정이 무거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고 국가 안보를 튼튼히 지키는 정치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