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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나무는 누가 다 가져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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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요즘 나무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산림청도 농림축산식품부도 아닌 해수부가 왜 나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까요? 중심에는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이 지난해 6월 벌인 ‘황당 나무 매각’이 있습니다.

해수부의 설명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건 내용은 이렇습니다. 김 원장은 지난해 6월 경기 안산시 옛 기술원 부지에 있던 나무 2475그루를 민간 업체에 매각했습니다. 옛 기술원 부지는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땅은 물론 건물·수목 등을 맘대로 처분할 수 없는데, 이를 이사회 보고나 의결 등 적법한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팔아넘긴 겁니다.

심지어 해양과학기술원은 5000만원 상당의 나뭇값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불법으로 나무를 매각하면서 조경업자와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이 사실을 알아챈 조경업자가 "돈을 못 주겠다"고 드러누운 거지요.

이런 사실은 내부 고발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0월 해양과학기술원 익명게시판에 “김 원장이 옛 본원에 있던 나무를 무단으로 팔면서 돈도 받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해수부 감사를 통해 전말이 밝혀진 거지요. 해수부 감사관실에서는 "직원 수가 500여명에 달하는 공공기관이 구두로 계약을 맺고 돈까지 떼였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인 거냐"는 탄식이 나왔다고 합니다.

김 원장은 "나무를 무단 처분하면 안 되는 줄 몰랐다. 옛 본원의 나무를 처분한 수입으로 부산 영도에 있는 신청사 조경공사를 하려고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수부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어떻게 모를 수 있냐"는 거지요. 해수부는 해양과학기술원에 김 원장의 해임을 요구한 건 물론, 조경업체와 김 원장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영도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던 사건은 김 원장이 "억울하다"며 해임 처분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오는 28일 해수부 감사실에 재심을 요청할 것"이라며 "단순 행정업무 처리를 실수했다고 해임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기술원이 당시 나무를 매각했던 업체로부터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공문을 받았고, 설 연휴 이후 입금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도 했습니다.

해양과학기술원은 2017년 12월 부산으로 이전한 이후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홍기훈 전 원장 때는 일부 연구원들이 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기관은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비방 댓글을 단 사람들의 IP자료 제출을 거부한 전산팀장은 보직해임되기도 했지요. 결국 홍 전 원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습니다.

관가에서는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뒤부터 이런 황당한 사고들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중앙정부의 감시에서 멀어지자 마음 놓고 제 잇속 챙기기에 골몰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거지요. 멀리 타지에서 회사 사람들끼리만 계속 만나다 보니 사내 권력 투쟁도 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요새는 ‘지방 의원 백’ 하나쯤 있어야 공공기관에서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는군요. 그런데도 정부는 앞으로 새로 만드는 공공기관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방에 설치한다는 입장이라고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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