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4·15 총선에서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경남도에서 활동했던 도의원들이 홍 전 대표 출마 반대 선언을 하고 나섰다. 중앙당의 험지 차출론에 이어 지역에서도 비판이 쏟아져 홍 전 대표가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지난 10대 경남도의회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한 박병영, 박준, 이상철, 정연희, 정판용 전 의원 등은 22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전 대표의 경남 총선 출마를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반대 입장 표명에는 전직 도의원 2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홍 전 대표는 한국당 승리를 위해 당이 원하고 당원이 원하며 모두가 험지로 여기는 수도권으로 출마하라"라며 "고향에서 마지막 정치 인생을 보내겠다는 그의 정치적 술수는 누가 보아도 대의도 명분도 없는 자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공천관리위원회에서 요청하는 곳에 출마해 자신의 한 몸을 불태워 진정한 보수 세력의 중견 정치인으로 그 이름을 후세에 남겨주길 요청한다"라며 "우리는 홍 전 대표가 경남지사 재임 시절 도당과 도민들과의 소통 부재로 끊임없는 문제를 일으켜 당원과 도민의 불신을 받아 온 인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 대표로 무소불위의 공천권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도지사 선거를 비롯해 창원시, 김해시, 양산시, 통영시, 고성군 등 경남 지방선거 전체를 망친 장본인임을 당원과 도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홍준표라는 브랜드가 경남에서는 그 가치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공천에 관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고 공정한 공천절차에 승복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계속 경남 출마를 고집한다면 우리는 한국당의 경남 총선을 살리고자 소통 부재의 달인인 홍 전 대표의 출마를 막기 위해 중앙당 지도부에 서면과 대면을 통한 강력한 결의를 전달할 것이다"고 했다.
이미 중앙당에서는 홍 전 대표의 수도권 험지 차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홍 전 대표가 고향 출마를 강행하자 이제는 컷오프를 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에서조차 홍 전 대표를 반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0일부터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등지를 돌며 광폭 행보를 보인 홍 전 대표는 여전히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부산·경남(PK)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이 다음 대선까지 PK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 중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유를 부르짖는 한국당에서 당원의 출마 지역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아무런 헌법적 근거도 없고 정치적 이유도 없다"며 "진작 의논해 주지 않고 2년 동안 아무런 연락 한번 없다가 느닷없이 언론을 통해 일방 통고로 출마지를 지정하려고 하는 것은 일부 세력들이 나를 당에서 정치적으로 제거하려는 공작을 시도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아울러 "나는 주머니 속의 공깃돌이 아니다"라며 "다른 곳에 출마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라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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