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북한 개별 관광이 국제사회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북한과 협의를 통한 독자적 대북 정책 추진을 강조했지만, 대북 제재 유지 상황과 신변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지역 방문 △한국민의 제3국 경유 북한 지역 방문 △외국인의 남북한 연계 관광 허용 등 정부가 검토 중인 북한 개별 관광의 세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제3국 경유 방식에 대해 “우리 국민이 제3국 여행사를 이용해 평양, 양덕, 원산·갈마·삼지연 등 북한 지역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여행사가 우리 국민만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상품을 만든 후 모객을 해서 명단을 우리 정부에 보내면, 정부가 방북 승인을 하고 해당 여행사가 다시 북한 비자를 받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미 중국, 일본, 캐나다와 유럽 국가 시민들이 북한 개별 관광을 하고 있다”며 “별도의 엄격한 기준을 우리 측에 들이댈 필요도 없고, 들이대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변 안전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 관계 기관과 제3국 여행사 간에 계약서를 만들면 그 안에 우리 국민들의 신변 안전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무언가’가 들어가야 할 것이란 설명이 전부였다.
정부는 대북 제재 저촉 여부에 대해선 “관광 목적으로 방북 시 개인 휴대품은 기본적으로 제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개별 관광은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대상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트북, 휴대폰, 카메라 등의 대북 반입 물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조만간 북측과 협의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 국무부는 “남북 협력은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미 국무부 측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 적이 없다”고도 전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은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 관련된 그 어떤 계획이라도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며 남북 직접 교류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미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이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는 직설화법’이 아니라 본국 방침을 반영한 것임을 우회적으로 나타내며 그에게 재차 힘을 실어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對美) 강경노선을 밝힌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성급한 남북 협력 사업 추진이 한·미 공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대북 제재 품목 반입과 북한의 외화벌이를 용인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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