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유은혜 부총리, 진영 장관, 김현미 장관, 박영선 장관 선수 합은 24선(選)"민주당 정부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 실제 현역의원 대거 중용에 역대급 현역의원 출신 장관 대거 입각한 내각
'인사청문회 포비아' '현역의원 추진력' 강점 고려
현역의원 장관만 5명, 의원내각제 수준
힘쎈 장관에 일부부처는 '영역 확장중'
반면 정치인 장관의 단기 실적주의는 경계해야 6선 현역의원인 정세균 국무총리의 입성으로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현역 의원 장관이 많은 내각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정 총리를 포함한 현 정부의 현역의원 선수는 무려 24선에 달한다.
정 총리에 이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재선) 추미애 법무부장관(5선) 진영 행정안전부장관(4선) 김현미 국토건설교통부장관(3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4선)의 선수를 합치면 총 24선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전·현직 의원출신을 장관에 기용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현역의원 다수가 내각에 배치된 것은 드문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당선 직후 "민주당 정부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청와대와 여당간 긴밀한 소통과 함께 현역의원들의 중용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 정도 규모는 청와대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진 장관을 제외한 4명의 국무위원들은 대표(정 총리, 추 장관) 원내대표(박영선) 대변인(김현미, 유은혜) 등 핵심 당직을 지냈다. 일각에서는 "사진만 놓고보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인줄 착각하겠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여권에서는 '청문회 포비아'와 '현역의원 출신 장관의 강점'이 결합되면서 현역의원들의 발탁이 부쩍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1,2기 내각 장관 후보자 37명 가운데 낙마자는 5명에 달한다. 정부 초반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됐던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을 시작으로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였던 조대엽 고려대 교수,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였던 박성진 포항대 교수 등 1기 내각에서만 3명이 중도 탈락했다. 2기 내각에서도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투기의혹과 증여세 논란으로 자진사퇴와 지명철회를 통해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가 초반 장관 후보자 기준으로 부동산투기 등 7대 의혹을 제시하는 등 도덕성 기준을 한층 강화하면서 스스로 운신 폭을 좁힌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청문회는 장관 후보자 발탁에 난항을 겪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가족 전체가 검증대상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선뜻 장관직을 맡겠다는 인사를 찾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게 청와대의 하소연이었다. 청와대 한 핵심인사는 "청와대 수석들 사이에서 농담으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장관 후보에 올리겠다'는 자조적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후보군 발굴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 여파로 인해 현역 의원 선호도는 한층 높아졌다. 의정활동으로 여야 의원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현역의원들은 인사 청문회에서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후임으로 당 대표까지 지낸 5선의 추미애 장관을 발탁할 것도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 못지 않게 인사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현역 의원 출신 장관들은 특유의 추진력과 쇼맨십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답게 갈등관계가 복잡한 주요 의제를 풀어가는 능력과 언론과의 소통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다나는 평가다. 또 상대적으로 힘에서 밀리던 부처가 현역 의원 장관이 임명된 후 위상이 달라진 경우도 있다. 산업자원부에 가려있던 중소벤처부가 4선의 박영선 장관 임명 후 4차산업, 스마프팩토리 분야에서 산자부를 제치고 주도권을 잡아가는 게 대표적이다. 해당 부처에서 현역 그 중에서도 중진 출신 장관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파워싸움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대통령과 가까운 현역 중진이 1순위, 그게 아니면 힘이 있는 전직 의원이 2순위, 다음 순위는 내부 승진이고 교수출신을 가장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보여주기식 성과내기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임기중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과도하게 밀어부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자신의 부서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부쳐서 이를 조정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다만 추진력만큼은 관료출신들과 확실히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