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이어 6%에 턱걸이했다. 연간 성장률 역시 1990년 이후 가장 낮았다. 발목을 잡아 왔던 미·중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은 데다 구조적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어 올해 6% 선이 깨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중국의 2019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1%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GDP 규모는 99조865억위안(약 14조1000억달러)으로 추산됐다.
중국의 이 같은 성장률은 톈안먼 사태로 경제에 큰 충격이 가해진 1990년 3.9%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악재에도 당초 목표로 삼았던 6.0~6.5% 성장을 달성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6%를 마지막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작년에는 경기 둔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성장률은 1분기 6.4%(전년 동기 대비)에서 2분기 6.2%로 떨어졌다. 3분기에는 분기별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 만의 최저인 6.0%로 악화된 데 이어 4분기에도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인프라 투자 2조1500억위안(약 360조원), 감세 2조위안,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했다. 그만큼 ‘바오류(保六·6%대 성장 사수)’에 역량을 집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도 ‘바오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견해가 갈린다. 닝지저 국가통계국장은 “중국은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금융정책을 유지해 경제 하방 압력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나온 지표들은 경제학자들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6%로 예상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목표치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다. 시장에선 ‘6% 전후’를 예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5.8%를 내놨다가 작년 말 미·중 무역분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6%로 상향했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경제전문가 설문을 통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5.9%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를 다시 인상할 방침인 데다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탈취 금지 등을 2단계 협의에서 추가로 요구할 계획이어서 중국 정부의 경제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중국 내수시장 둔화도 걸림돌로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18년 29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8.2%나 축소됐다. ASF 확산에 따라 돼지고기값이 급등한 것도 가계 소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부채 증가, 부동산 버블 등도 언제든 중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21년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을 목표로 2020년 GDP를 2010년의 두 배로 만드는 계획을 유지해 왔다. 이를 위해선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소 5.7%가 돼야 한다.
한편 중국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4억5만 명으로 처음으로 14억 명을 돌파했으며, 1인당 GDP는 1만276달러로 1만달러를 넘어섰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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