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에서 일반 개인들의 금 매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같은 대외 변수는 증가하면서 불확실성은 커진 반면 엔화 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인 까닭에 금값이 크게 오르자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의 금 거래업체인 다나카귀금속공업의 2019년도 금 매입량( 3만3742㎏)이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급등했습니다. 금값이 급등했던 2013년(3만5053㎏)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입니다. 일반인 등이 내다 판 금을 이 업체가 사들인 것입니다. 일본에서 ‘금 매도’ 열풍이 분 것은 국제 금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컸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면서 지난해 8월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금선물 가격이 온스(약 28.34g)당 1500달러(약 173만원)를 돌파했고, 9월에는 금 시세가 6년4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시장에서도 지난해 말 금 가격이 g당 5300엔(약 5만5700원)을 넘어서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일본에서 금값은 연간 18%가량 상승했습니다. 통상 대외 위기가 번지면 금뿐만 아니라 엔화로도 수요가 몰리지만 지난해에는 생각만큼 엔화강세가 벌어지지 않으면서 일본 시장에서 금가격의 고공행진이 더 가팔랐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로 개인들이 금매수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이 회사에서 20여t(2만90㎏)의 금을 개인이 구입했습니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금을 팔지 않은 채 추가 구매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본의 금 매도 증가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중동 정세, 미국 대선 등 해외 정세의 불안요인이 여전해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상태가 고조됐던 지난 8일에는 일본에서 금 가격이 g당 5510엔(약 5만7900원)까지 뛰면서 40년만의 최고치를 찍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주요 귀금속 매장에서도 “연초부터 개인들이 들고 온 금의 양이 부쩍 늘었다”는 전언입니다. 금은 빛나는 광택과 무거움으로 인류사가 지속되는 동안 그 가치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투자 대상으로서 금은 가격도 조변석개(朝變夕改)하고,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빠르게 바뀌는 모습입니다.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도 쉽지 않은 대상이 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