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사장 전영묵)이 국내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펀드 및 기금 등의 수탁액 규모가 90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 말 49조3846억원에서 4년 만에 두 배가량 급증했다. 삼성자산운용이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최대 수혜를 누린 것이란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펀드 및 기금 등의 수탁액은 90조51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00%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및 삼성헤지자산운용의 수탁액(1조7000억원)까지 포함한 수치다.
최대 공신은 역시 ETF였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27조7816억원으로 4년 전(10조8321억원)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ETF는 코스피200 등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일반 종목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투자 상품이다. 2002년 ‘KODEX200’ 상장을 시작으로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해온 삼성자산운용은 선점 효과에 힘입어 50%에 가까운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3444억원에 불과했던 ETF 시장은 지난해 말 51조7122억원으로 성장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ETF는 유동성과 거래량이 많은 종목으로 매매가 몰리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한 삼성자산운용의 지배력이 10년 넘도록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연기금 등에서 일부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해주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사업에서도 ETF 못지않은 성과를 보였다. 지난 4년간 OCIO 사업을 통해 유입된 자금은 15조9155억원으로 ETF(16조9495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모회사인 삼성생명 등으로부터 투자를 일임받은 자산을 포함한 관리자산은 260조원을 웃돌아 글로벌 자산운용사 순위에서 80위권에 올라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약 7000조원의 운용자산으로 글로벌 1위인 블랙록도 다양한 ETF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패시브 전문 운용사”라며 “앞으로도 ETF나 연기금, OCIO 등 분야에서의 강점을 살려 수탁액 100조원, 관리자산 300조원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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