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출근이 세 번째 저지당했다. 윤 행장은 앞서 지난 3일, 7일에도 본점으로 출근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2일 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된 윤 행장은 14일째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14일 출근 무산 기록과 동일하다. 노조가 당분간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최장 기록은 깨질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노조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지난 7일 이후 본점 출근을 자제했지만 이날은 노조와의 대화를 위해 본점으로 향했다.
윤 행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본점에 나타났다. 그는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노조 측의 '침묵 시위'로 대화는 무산됐다. 윤 행장은 대화 시도 5분 만에 자리를 떠나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노조 측은 대화 대신 이달 초 발표한 '정부와 청와대는 윤종원 뒤에 숨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가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을 부르며 대화를 재차 요구했지만 노조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윤 행장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일반 국민과 직원들, 중소기업 고객 중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은행을 위해서라도 빨리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하루빨리 잘 풀렸으면 좋겠다"면서 "(노조와의) 대화 채널은 계속 열어두고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어겼다"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 있는 사과가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윤 행장이 노조의 반대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연출될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갈등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노사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양측이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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