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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무능함에 좌절했고, 기댈 곳이 없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법은 정의로운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우선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혼 뒤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온라인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자녀 양육권 문제에서 양육권 보호가 공익에 더 부합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이창열)는 15일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모(57)씨 등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구씨 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정보통신망법 제70조1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구씨가 배드파더스를 운영한 사실 등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성립 여부 등에 대해선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비방할 목적도 없었고, 신상공개의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는 것이다.
재판에선 구씨를 고소한 고소인의 전처 A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오기도 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밝힌 A씨는 2015년 이혼 후 딸의 양육비를 제때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제시하는 법적 절차는 다 해봤다고 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 양육 지원을 위해 2015년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기구다. 마지막 법적 수단인 감치(30일 이내 구금)까지 거쳤다는 게 A씨 주장이다.
배드파더스운영자를 고소한 5명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2018년 9월부터 그해 10월 사이 구씨를 고소했다.
애초 검찰은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구씨 측은 그동안 15차례나 고소당했는데 기소유예, 무혐의 이런 약식기소, 최소한의 처벌을 받아왔다.
이번 국민참여 재판에는 예비후보 1명하고 7명이 평결에 참여했는데. 결국 16시간 재판 끝에 결국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익에 반하지 않고 공익 목적이 크다고 해서 전원 300만 원의 구형을 무죄로 선고해버린 재판 결과가 나오게 됐다.
개인의 명예훼손을 우선할 것이냐, 아니면 아이들의 생존권을 중시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양육권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의 의의는 무엇일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을 한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이 있다"면서 "수입이 없는 경우 부득이 양육비 지급을 연체하거나 못주는 경우도 있지만 수입이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려고 악의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어떤 사람은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서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수입 파악이 어려운 직장을 다니면서 재산을 은닉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 경우 물론 법률적으로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다. 직장을 다닐 경우 급여를 압류할 수 있고 재산이 있으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법원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행명령과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고 정말로 악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는 양육자 부모가 부득이 양육비를 악의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신상공개라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에도 눈물이 있다. 신상을 공개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신상을 공개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지, 다른 수단으로는 법적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판결을 환영하지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다고 바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법적 권리구제 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법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하고 신상공개는 최후의 방법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무죄 결정을 내린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상당히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재판부는 오로지 법과 양심에 의하여 판단하게 되는데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법 규정은 물론 고려하고 일반 국민의 상식도 고려하게 된다. 법관 1명이나 3명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토론하고 숙고하고 결론을 내리게 되고 이러한 결정에 법관의 판단에 영향은 미치게 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을 압박해 양육비를 받아내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법원의 판결문', '각서' 등을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리스트에 올리게 된다.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확인이 되면 리스트에서 삭제된다. 15일 현재 양육비 비지급 건수는 아빠, 엄마, 코피노 아빠 등을 포함해 113명에 달한다.
도움말=법알못 자문단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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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